“무언가를 보는 순간, 내가 죽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순간이 있다. 무심코 본 쇼핑몰에서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무용수의 춤으로 느껴지는 순간, 해변에 누워있는데 새가 날아가거나, 눈을 감고 듣는 주변의 소리도 나에게 영감을 준다. 나를 흥분시키는 순간이 바로 영감의 원천이다.”

영국 팝아트의 별, ‘줄리안 오피’(Julian Opie)는 27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해 진행하는 기획전 ‘줄리안 오피 개인전’의 개막식이 27일 열렸다.

오피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영국작가로 인물의 특징을 단순화한 동그란 얼굴, 굵은 선, 걸어가는 사람들로 친숙한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과거부터 현재를 총망라, 모두 8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피는 ‘사람의 일상’을 소재로 택한다. 사람들의 걸음걸이, 움직임, 옷, 태도, 색감 그 모든 것이 그가 표현해내는 작품의 소재다. 인간중심의 ‘휴먼시티’를 표방하는 수원과 맥락을 같이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전시로서의 의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오피가 창작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그의 예술세계 전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피는 “서울, 수원, 뭄바이, 런던 등 지역별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한 색상을 담은 팔레트와 같다”고 말한다. 그는 왜 걸어다니는 사람을 주제로 작품을 창작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걸어다니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볼 때는 멈춰있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있어도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측면으로 보여지는 ‘워킹피플’은 얼굴이 자세히 그려지지 않는다. 입고있는 옷이나 색감, 모양, 태도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주목할만한 작품은 바로 설치작품인 7.6m의 ‘타워스.2’(2017)다. 오피의 최신작이며 지금껏 작업해왔던 타워의 규모 중 가장 높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조각, LED, 벽화, 시트지, 설치미술, 3D프린트 작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물, 동물, 풍경들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조차도 “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작가로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며 “모든 작품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는 다음 해 1월 21일까지 열린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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