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중국에서 마트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10년간 1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동반 진출한 22개 계열사까지 전면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달에는 판매부진으로 생산라인이 멈추기까지 했다. 오리온도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현지 제과시장 2위 업체로 성장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이 64%나 급감했다. 한류와 문화콘텐츠 중단, 유커 급감, 반한 감정, 중국정부와 관계 악화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업이 성장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사드 갈등으로 지목된다.

마땅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상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사드 반대를 내뱉은 이상 체면을 구기긴 곤란할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 뒤엉킨 난국이다. 타개할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2000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베이징을 찾았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손 회장은 면담 후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했고, 지분 3분의 1을 확보했다. 알리바바는 이후 나스닥 상장에 됐다. 세계 역사상 최대인 250억 달러 규모였다. 소프트뱅크는 앉아서 수천 배의 수익을 올렸다. 더불어 중국 최대의 유통기업을 사실상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남아공의 미디어기업 내스퍼스는 2001년부터 텐센트의 최대주주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고 1천260만 달러를 투자한 덕분이다. 텐센트의 현재 가치는 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내스퍼스 역시 투자금의 3천998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수익과 함께 텐센트를 사실상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밥이 아니면 빵도 있고 라면도 있다. 중국을 경쟁상대로만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실물경제가 막히면 금융경제 같은 다른 길로 가면 된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좋은 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잘되면 일본이 웃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월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106조원에 달한다. 이 중 10대 재벌에 57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상위 30대 기업은 사내유보금으로 754조원을 쌓아 두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이 돈을 국내에만 묶어둬야 하는지 의문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동력이 둔화된 지 오래다. 특히 북한리스크가 상존하는 이상 우리 노력만으로 안 되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부동산에 기웃대며 국내에 몰려 있는 금융자산을 국외에 분산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 하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크고 성장률도 높다. 그러나 안보의 입장 차이로 경제교류의 활로가 막히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꼭 해외에 공장 짓고 대규모 투자 하는 방식으로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교류로 상호 협력적 경제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중국 현지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체득한 인적 인프라와 실질적 기업정보 등 유·무형적 경제자산을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관련기업 인수합병(M&A) 등도 시도해 볼만 하다. 사드가 해결돼도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땅덩이와 인구, 경제·자원규모, 군사력 등 앞으로 중국을 실물경제로 맞상대 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이다. 더욱이 중국정부는 우리가 공무원 열풍에 빠져 있는 사이 연구개발(R&D)과 민간 창업 등 미래를 위한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세계시장 1등 상품’도 1천762개로 압도적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68개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인 드론은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해외로 진출했던 인재들도 대거 복귀하고 있다. 이른바 ‘하이꾸이(海歸)’. 중국은 이를 통해 10년 내 미국을 넘겠다는 복안이다.

기왕 벌어진 사드 갈등이라면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차분히 대중국 대응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실물과 금융, 투 트랙 공략이 13억 시장을 잡고 한국경제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중국이 잘되면 한국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민병수/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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