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66% "파인애플·바나나·애플망고 등 열대과일도 'OK'"

▲ 제주 추석 차례상에 올라간 떡과 빵. 가장 위의 동그란 떡이 송편이며 송편 아래로 왼쪽에는 청묵과 시루떡, 오른쪽에는 기름떡과 롤케이크가 올라가 있다. 연합
제주 여성과 결혼한 박모(30·서울)씨는 처가의 차례상 차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주에서는 차례상에 빵을 올린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카스텔라와 롤케이크 등이 상 위에 올라간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기름떡과 빙떡 등 제주의 전통 떡류와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 중 하나인 옥돔구이 역시 생소했다.

차례상이 간소화, 현대화되고 있고 제사상에 치킨이나 커피 등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지만 제주에서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카스텔라를 올리는 건 보편적인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절날 일가친척 집에 방문할 때 빵을 사 들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제주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48·여)씨는 "명절이나 제사를 앞두고 카스텔라나 롤케이크, 단팥빵 등을 사 가는 손님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명절 전날까지 빵집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차례상에 빵을 올리게 된 유래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땅이 척박하고 논농사가 거의 되지 않는 데다가 섬 지역이다 보니 외부와의 교류도 어려워 쌀이 귀하던 제주에서 쌀로 만든 떡이나 한과류 대신 보리빵과 비슷한 '상외떡'(보리나 밀가루 등에 막걸리를 부어 반죽, 발효해 만든 빵) 등을 차례상에 올리던 문화가 빵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제주도와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제주의 음식문화'(허남춘·주영하·오영주)에서는 "1990년대 들어 손이 많이 가는 떡은 방앗간에 주문하고, 상외떡 또는 카스텔라는 제과점에서 사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스턴트 식품 등이 발달하면서 '골감주'(차조식혜·제사나 차례에 쓰는 제주의 전통음료) 대신에 주스나 음료수, 제물빵 대신 초코파이, 제편 대신 카스텔라나 롤케이크를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제주 기름떡
기름떡과 빙떡 역시 제주의 명절에서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기름떡은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테두리가 톱니바퀴 모양인 둥근 떡본으로 찍어낸 뒤 기름에 지진 떡이다. 지져낸 뒤에 설탕을 듬뿍 뿌려 고소하고 달콤하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물에 개어 둥글게 부친 뒤 가운데 무 숙채를 넣어 돌돌 만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강원도의 메밀 전병과 비슷한 모양이다.

또한 추석 명절에는 제주에서도 다른 지역처럼 송편을 사용하지만, 송편의 모양이 다르다.

타 지역의 송편은 반달 모양이지만, 제주의 송편은 둥글넓적한 보름달 모양이다. 얼핏 보기에 유에프오(UFO·미확인비행물체) 같기도 하다.



▲ 제주의 차례 문화
제주의 차례상에 오르는 생선은 단연 옥돔이 꼽힌다.

과거부터 제주인들은 제사나 명절에 쓰기 위해 집집마다 귀한 옥돔을 말려서 보관해놨다. 옥돔은 주로 구워서 상에 올리고, 옥돔으로 끓인 미역국이나 뭇국을 갱(국)으로 올리기도 한다.

차례상에는 갈치나 삼치 등 '치'가 들어간 생선을 올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오징어와 비슷한 모양의 수산물인 '한치'를 통째로 익혀 올리는 집도 많다.

과일 역시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이 상에 오른다.

사과나 배 등 차례상에 어김없이 오르는 과일 외에도 감귤과 한라봉·천혜향·황금향·레드향 등 다양한 귤 종류가 차례상에 오른다. 과거 제주에서 많이 재배하던 파인애플과 바나나, 최근 재배가 늘어나는 애플망고 등 아열대 과일도 차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문화원이 발간한 '제주생활문화 100년'에서 2014년 4월 제주에 5년 이상 거주한 성인 301명을 표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새로운 열대과일들을 올려도 되는지 물은 결과 좋다는 의견은 49%, 좋지 않다는 의견은 41%였다.

여러 열대과일을 올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20대(68%)와 30대(64%)에서 많이 나와 앞으로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이 책은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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