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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에서 피의자로…11년만에 비극이 된 부녀 이야기

피의자 부녀 언제 입 열까…1차 경찰 조사서 살인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
아내 자살·윤택한 생활 등도 미스터리…경찰 "이씨와 딸 조사에 주력"

2017년 10월 09일 월요일

▲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5)씨가 부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
11년 전 희소병인 '거대 백악종'을 부녀가 함께앓는다는 것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린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모(35)씨가 8일 구속됐다.

 이씨와 그 딸을 둘러싼 훈훈한 이야기의 결말이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의 친구인 A양의 사체를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이씨는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의 그가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거대 백악종은 얼굴 뼈가 계속 자라는 희소병이다. 계속된 수술에 이씨의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았다. 이씨가 2003년 최모(32)씨와 결혼해 낳은 딸도 같은 병을 앓는다는 사실이 2006년 12월 방송을 탔다. 그는 자신을 '어금니 아빠'라 칭하고 딸 치료비 모금 관련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방송 이후 전국적으로 성금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이씨 역시 국토 대장정을 하고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란 책 출간 등을 통해 딸의 수술비 마련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2008년 성탄절 불우아동에게 선물을 주는 등 선행을 베풀었고, 이듬해 미국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딸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짱구' 가면을 쓰고 전단을 나눠주며 모금활동을 벌여 재차 화제를 모았다.

 2006년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이씨의 딸은 얼굴 기형이 심각했지만,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이씨의 딸 사진을 보면 상당히 호전된 모습이었다.

▲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 북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 덕분에 그나마 나아진 이들의 삶은 행복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오랜만에 언론에 재등장한 이씨는 여중생 사체유기 피의자의 모습이어서충격파를 안겼다.

 여기에 그의 아내 최씨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5일 망우동 집에서 투신자살한 사실, 경찰이 최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와 최씨를 폭행한 혐의로 이씨를 내사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추가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가 이씨 모친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2009년부터 8년간 수차례 성폭행당했다며 강원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는 남편 이씨가 희소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간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씨가 외제차를 몰고, 누나 명의로 국산 고급차도 몰고 다닌 사실도 밝혀지는 등 윤택한 생활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씨가 외제차를 몰며 생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터넷과 SNS상에는 그가 재산을 불린 배경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꼬리를 무는 상태다.

 경찰은 이런 여러 의혹을 해소할 '열쇠'로 이씨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씨를 경찰서로 소환한 경찰은 그간 확보한 여러 증거를 근거로 이씨에게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을 추궁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씨와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로 발견된 딸이 깨어나기를기다리는 중이다. 이씨가 계속 살인혐의를 부인할 개연성이 큰 상황에서 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여러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가 언제 입을 열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이날 오전 이씨를 데려와 3시간가량 조사했지만, 이씨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할 뿐 여전히 살인 혐의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가운데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에 답했다. 이씨는 신상 등을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살인과 관련한 범행 방법·과정 등에 대한 물음에는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전했다.

 이씨는 여전히 딸의 친구가 중랑구 망우동 집에 놀러 와서는 자신이 자살하기 위해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잘못 먹어서 사망했고, 이후 시신을 어찌할지 몰라 영월의 야산에 버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그가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 5일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이씨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였다.

 현장에서 30분간 구두로 조사를 벌인 경찰은 피해자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해 6일 오전 시신을 수습했다. 7일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피해자 시신을 부검한 결과 끈 같은 도구로 목이 졸린 흔적도 발견됐다. 성폭행 등 다른 흔적은 없었다. '목 졸린 흔적'이 이씨를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경찰은 1일 오후 5시 18분 이씨와 딸이 피해자의 시신이 들어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형 가방을 차에 싣는 CC(폐쇄회로)TV 장면, 이씨 부녀가 영월의 한모텔에 숙박한 사실 등 살인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했다.

 이씨가 1일 오후 7시 32분부터 오후 9시 52분까지 시신이 유기된 장소 부근에 머문 것과 다음날 오후 7시께 강원 정선의 모텔에 입실한 뒤 다음날 새벽 퇴실한 것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구속된 만큼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할 계획"이라며 "이씨 건강상태가 괜찮다면 내일도 부를 생각이다. 딸도 깨어나는 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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