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어제 한글날을 맞아 자치법규에 남아 있는 일본식 한자어를 정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뜻과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거나 다른 말과 혼동되면서도 관행적으로 사용되던 행정용어를 표준 용어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법제처에서 법령정비 기준에 따라 용어 개선을 추진한 적은 있지만 모든 자치법규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일제정비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매우 뜻 깊다. 예를 들면 마을 대신 아직까지도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부락(部落)’은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말이어서 확실하게 마을로 개선해야 한다.

부락은 일제의 식민화정책에서 나왔다. 부락은 일본에서 특수 천민이 집단으로 살던 곳을 ‘부라크’라고 한데서 연유했다. 일본에서조차 부락 해방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부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천한 신분 취급을 받았다. 일제는 조선인 거주지역의 모든 마을 이름을 한자어로 바꾸고 그 뒤에 부락을 붙여 쓰는 방법으로 조선인들은 모두 천민이라는 열등의식을 조장했다. 한반도는 일본보다 한 등급 낮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차별화할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단어 하나에도 그토록 무서운 의도를 담은 것이다.

이미 1995년 내무부에서는 해방 50돌을 맞아 ‘부락’ 대신 순수한 우리말인 ‘마을’로 바꾸어 쓰기로 했었다. 국립국어연구원의 어원검증 결과 부락이 일제가 의도적으로 명명한 용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자치단체별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행정용어, 마을 이정표, 안내 표지판에 사용되고 있는 부락이란 명칭을 마을로 고쳤는데 지금까지도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일제의 잔재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구배(勾配), 녹비(綠肥), 사리(砂利) 등 토목건축·농업분야 등 이해하기 힘든 행정용어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또한 법정에서 사용하는 법률용어나 표현도 문제다. 거의 일본식 한자어와 표현이 난무하고 있어서 개선이 시급하다. 법조계만의 폐쇄적·권위적 문화가 개선을 가로막은 요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사재판의 생중계도 가능해진 상황에서 일반인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개선이 시급하다. 광복 72주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회 전반의 언어생활에 일본식 한자어나 조어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사회 각 분야에 남아 있는 일본식 한자어를 일괄 정비하여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개선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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