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서 기사 검색 시, 1990~1994년 사이 ‘사과(謝過)하다’ 혹은 ‘공개 사과(謝過)’로 검색되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다. 하지만 2013~2016년 사이에는 ‘사과하다’가 922건, ‘공개 사과’가 5097건을 검색될 만큼 급증하였다. 사과(謝過) 전문가들은 ‘사과(謝過)’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파워풀한 갈등 조정 수단이라고 말한다.

과거 사과는 ‘약자’의 언어로 인식되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의 시인 랄프 에머슨은 ‘분별력이 있는 자는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약자의 언어’에서 ‘리더의 언어’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한 흑인 하버드대 교수가 자기 집에 들어가는 것을 경찰이 도둑으로 오인하고 체포했을 때, 오바마는 ‘경찰의 멍청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난을 했다가,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가 교수와 경찰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를 나누며 대화를 시도한 사실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과를 주고받는 것은 인간의 상호관계를 더 돈독하고 끈끈하게 만드는 행위 중 하나다. 사과는 창피함과 불만을 치유하고, 복수에 대한 욕구를 제거하며, 감정이 상한 이들로부터 용서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보통사람들은 사과를 쉽게 하지 못 할까? 첫 번째는 사과하는 대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렵고, 두 번째는 자기가 사과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당혹스럽거나 창피하다는 것이다. 사과를 하면 ‘그녀가 헤어지자고 할지도 몰라’,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공개 망신을 주실지 몰라’, ‘친구가 못 본 체 하고 지나갈지도 몰라’ 같은 많은 생각이 쉽게 사과를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에도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당연히 알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거나 표현하지 않게 되면 이런 불편한 상황은 계속된다.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성의 있게 사과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인간관계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쉽게 사과하는 방법은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진심을 담은 사과의 편지와 함께 맛있는 ‘사과(沙果)’를 건네주는 것이 그것이다. 사과(沙果)를 먹으면서 편지를 읽으면 사과(謝過)의 의미가 배가 되어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과(謝過)는 사과(沙果)와 글자가 동일하여 사과(沙果)를 이용한 사과(謝過) 장면이 드라마에도 가끔 나기도 한다.

매년 10월 24일은 ‘사과(沙果)의 날’이다. 둘(2)이서 사(4)과하라는 의미에서 2002년부터 매년 10월 24일을 ‘Apple day, 화해의 날’로 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즉, 가족, 친구, 선생님 혹은 직장 선·후배, 이웃 등 주변의 사람들과 사소한 오해나 섭섭함, 미움의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용서와 화해, 미안함과 고마움을 사과(沙果)로 전하는 날이다.

가을사과는 일교차가 큰 가을에 수확되어 달고 아삭아삭해서 일 년 중 가장 맛있다. 실제로 사과를 이용한 사과의 날을 10월 24일 하루만 하지 않고 기간을 많이 확장해서 행사를 하고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올해 9월 13일부터 10월 31까지 ‘애플데이-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사과(沙果)의 날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내 중·고등학교를 한 번씩 방문해서 학생들이 마음나눔 카드를 적어서 맛있는 사과와 같이 전달하였다는 것이다.

사과(沙果)로 사과(謝過)를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인간관계가 돈독해져서 좋고, 맛있는 우리 사과의 소비가 늘어나서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것이라 기대한다.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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