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업 투입 불구 형편없어… 포천 암벽공원은 흉물 수준

▲ 포천시 '왕방산 암벽공원' 입구에 8억 원을 들여 조성한 조경용 인공암벽이 자리 잡고 있다. 정성욱기자/
정부가 마을사업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도 관리감독이 부실해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행정안전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0년부터 도내 접경지역 7개 시군(고양·김포·동두천·양주·연천·파주·포천) 마을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마을지원 43개 사업에 행정안전부 276억여 원, 각 시·군 76억여 원 등 모두 352억여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마을사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형식에 그치면서 마을사업이 보여주기식으로 전락,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포천시는 2014년부터 30억 원(국비 24억 원, 시비 6억 원)을 들여 심곡리 깊이울저수지 인근에 암벽공원과 야영장(카라반 7대, 야영데크 9개소 등)을 조성하는 ‘왕방산 암벽공원(암벽공원) 조성사업’을 진행중이다.

시는 당초 포천 삼성당리 폐석산을 활용한 암벽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인근에서 진행중인 지반공사로 부지를 심곡2리로 변경했다.

심곡2리는 암벽과는 관련이 없지만 행안부는 사업을 승인했고, 결국 시는 8억 원을 들여 클라이밍이 불가한 ‘무늬만 암벽공원’인 조경용 인공암벽을 조성했다.

포천 지역주민 A씨는 “정부지원금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들었는데 흉물스런 인공암벽만 갖다 놨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벽공원 내 자연휴식지는 주말에만 차량 200여대 이상 방문할 만큼 지역 명소이지만, 행안부는 암벽공원 조성으로 주차공간을 42면으로 줄이는 사업계획을 그대로 승인했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2만1천여명이었던 이용객은 올 9월 기준 1만2천여명으로 감소했다.

연천군에서도 부실한 예산 운용으로 마을사업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사가 미비하면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게 원칙이지만 행안부는 공사중인 사업에 예산을 모두 지원했기 때문이다.

연천군은 2015년부터 25억여 원(국비 20억 원, 군비 5억 원)을 들여 통구리 215번지 인근 4만4천246㎡에 ‘백학자연생태학습장(생태학습장)’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군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생태학습장 진입로 공사와 상하수도 설치 등 계획에 없던 인프라를 조성했고, 공사 완료까지는 8억 원 가량 추가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때문에 올해 완공예정인 생태학습장의 준공율은 40%에 멈춰있고, 가용 가능한 정부 예산이 부족해 연천군은 자체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상반기·하반기 한 번씩 관리감독을 나가고 있지만 전국 모든 마을을 다니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관리가 부실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univers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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