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타설·업체 시공능력 부족 등 지지부진한 조사에 추측만 난무

▲ 평택 국제대교 붕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국토부 건설조사위원회 활동일정이 보름여를 앞두고 있지만 각종 악재가 겹쳐 조사는 지지부진한채 흉물스럽게 잔해만 남아있다. 사진=중부일보DB
폭 30m, 길이 240m, 추정무게만 1천200t에 달하는 상판이 무너져 내린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의 원인조사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활동기간이 보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도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자,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위 역시 출범 이후 각종 악재가 겹치며 활동이 더뎌짐에 따라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사고 발생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안갯 속에 가려져 있는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를 되짚어 본다.

◇2천400t 상판 4개 순식간에 ‘와르르’= 평택 국제대교는 평택시 팽성읍 본정리∼포승읍 신영리 11.69㎞를 왕복 4차로로 잇는 평택호 횡단도로 중 현덕면 신왕리와 팽성읍 본정리를 잇는 1.3㎞ 구간의 교량이다. 이 다리는 지난 8월 26일 오후 3시 20분께 길이 240m, 폭 30m 규모의 교량 상판 4개와 교각 1개가 순식간에 붕괴되며 세간에 충격을 안겨줬다. 무너진 교량 상판의 무게는 1m당 50t으로 총 2천400여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인부 17명은 다행히 휴식 중이여서 끔찍한 참사를 피할 수 있었지만, 준공 이후 사고가 발생했더라면 대형 인명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고 여파로 전면통제됐던 43번 국도는 우선 철거작업이 진행돼 지난달 9일 정상개통됐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국제대교 붕괴현장은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여전히 사고 당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우중 타설, 시공능력 부족 등 각종 추측만 난무=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는 아직 명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공 전 과정에서 부실시공을 의심케하는 정황들이 드러나서다. 먼저 열흘간 이어진 폭우 속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있다. 실제 붕괴된 교각 상판은 8월 1일부터 19일까지 설치가 이뤄졌는데 이중 13일 동안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우중 작업이 이뤄진 탓에 상판 콘크리트 양생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스팀 양생이 진행된 탓에 콘크리트 기준 강도가 적정 기준에 80% 수준 밖에 되지 않았던 사실이 중부일보 취재결과 확인된 바 있다. 또다른 의혹은 교량공사에서 활용된 압출공법(ILM)이 사용된 현장에서 발생한 첫 사고라는 점이다. ILM 공법은 교각을 먼저 시공한 뒤 육상에서 제작한 상판을 한쪽에서 고정해 압축장비로 밀어 넣어 교량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제작이 간편해 공기가 짧고, 시공방법이 안전하다고 알려져 교량건설현장에서 자주활용되는 방식인데, 이 ILM 공법이 적용된 공사 중 최초로 사고가 발생한 곳이 바로 국제대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행사가 핵심공정을 차지하는 ILM 공사를 시공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맡겨 발생한 사고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육상이 아닌 하상(하천 위)에서 진행되는 공사이기 때문에 가설재를 충분하게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등 여러 의혹들이 무수히 제기되고 있다.

◇조사위 개점휴업… 사고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이처럼 각종 추측만이 나도는 상황이지만, 조사위 활동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고발생 이후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되기까지 한 달여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열흘간 추석연휴가 겹치며 사실상 제대로된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효 조사위원장은 “60일간 조사일정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60일은 통상적으로 하는 얘기일 뿐, 일정 내에 끝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중부일보와의 통화에서 “43번 국도 철거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붕괴현장은 아직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오늘(9월 26일) 조사위에서 작업중지를 풀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은 추석 연휴 직전에서야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됐어도 조사가 원활히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현재 가도에 파묻힌 상판 잔재를 철거하며 조사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12명에 달하는 조사위원들을 한 번에 소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예정됐던 60일 안에는 절대 못 끝난다”면서 “ILM공법이 적용된 현장에서 발생한 첫 사고이기 때문에 유물 발굴하듯이 사고 원인이 의심되는 부분을 깨끗히 뽑아내서 봐야 결론을 명쾌하게 내릴 수 있다. 10월까지 상판을 파내기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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