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는 가장 긴 황금 연휴였던 것 같다. 연휴기간 동안 간간히 이동하며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차를 타고 다니는데 버스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 가정 사람들이었다. 하기야 모든 공장들이 연휴에 들어갔으니 외국인들도 덩달아 쉴 수밖에 없어 더 눈에 띄었는지 모른다. 도로변 버스정류장, 터미널 근처, 역사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방식대로 모처럼의 여유를 함께 즐기는 듯 했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을 대하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게된 것 같다.

최근 경기도의회가 펴낸 ‘다문화 가정 교육정책 개선방안’을 보면, 국제결혼 가정과 외국인 가정을 포함한 경기도 다문화 가정의 자녀 학생 수는 2008년 4천307명에서 매년 평균 25%씩 늘면서 올해는 1만367명으로 2.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점음 다문화 가정의 자녀 중 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중도에 학교를 포기한 학교 미등록률은 평균 43.8%라는 사실이다.

혹시 이들은 우리가 여유로운 추석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이방인으로서 한국인의 대열에 당당히 서고 싶어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안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로서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참으로 애처롭다. 생김새의 다름은 물론 언어 장벽, 문화적 이질감,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편견, 교육 장벽, 낮은 소득 등 어려움이 도처에 깔려있다.

새마을문고는 도민의 독서운동을 장려·확산해 문화가 있고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인 단체로서 얼마 전 도내 일반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들 80여명을 선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파주 DMZ 캠프그리브스’에서 다문화 학생과 함께하는 ‘꿈꾸는 나라사랑 캠프-대한민국을 품어라!’를 개최했다. 1박 2일 체험학습으로서 학생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어울리는 훈련과 역사·안보 등의 현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초 조바심과는 달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재잘거렸다. 철원의 노동당사, 백마고지, 제3땅굴 등을 돌아보는 체험을 통해 분단의 현실과 역사에 대한 인식도 심어주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들어 정부는 물론 지자체마다 ‘한 자녀 더 갖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왕이면 예산의 일부라도 다문화 가정을 위해 더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우리 사회 일원이며 머지않아 부모의 나라와 대한민국의 가교역할을 해 줄 중요한 자산이지 않는가?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잘 돌보는 것은 ‘한 자녀 더 낳기’ 만큼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혹여 다문화 가정 이야기가 나오면 못 본 척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져 떳떳한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어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마을문고는 다문화 가정을 포함하는 ‘문화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더 확대할 것이다.

독서회, 가족캠프, 공부방은 물론이거니와 ‘나라사랑 캠프 체험’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 대한민국의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가을 햇살이 너무도 좋다. 맑고 청아한 하늘처럼 우리의 마음을 넓게 열어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도 우리처럼 마음껏 맑은 공기를 나눌 수 있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응구 새마을문고 경기도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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