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트콤 '포틀랜디아'로 유명한 배우 프레드 아미슨은 최근 유명인사들의 혈통을 추적하는 PBS방송 프로그램 '당신의 뿌리를 찾아서'(Finding Your Roots)를 통해 일본인인 줄 알았던 그의 할아버지 '쿠니 마사미'가 사실은 1908년 울산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한국인 '박영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쿠니가 1930∼40년대 독일에 살면서 나치 독일의 선전활동에 자원해 공연했고, 일본의 비밀 정보요원으로도 활동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미국 전시정보국(OWI) 정보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됐다는 것이다.
쿠니는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 무용계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현대무용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쿠니는 아시아 전통과 유럽 현대무용을 잇는 작업을 한 영향력 있는 무용수이자 안무가, 이론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에는 친(親)나치 예술가로서의 그의 전력 때문에 이전보다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한국 무용학자 손옥주 씨가 2014년 쿠니에 대해 쓴 논문을 인용해 AP가 전했다.
손 씨에 따르면 쿠니는 1937∼1945년 독일에서 살면서 독일과 이탈리아, 헝가리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공연했다.
이 시기 쿠니는 독일 여성을 만났고, 두 사람 사이에서 1941년 아미슨의 아버지가 태어났다.
OWI 정보는 쿠니가 독일에 살면서 일본 비밀 요원으로 일하고 남유럽과 터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AP는 전했다.
이스탄불에 있던 한 미국 요원은 보고서에 쿠니에 대해 "그는 유럽의 서로 다른수도에 가끔 나타나고 그는 항상 특별임무를 맡았다"면서 "그는 그들의 가장 영리한요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쿠니 즉, 박영인이 제국주의 일본을 위한 간첩 활동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한국에서는 알려진 바 없다고 AP는 덧붙였다.
일본에 머물다가 광복 이후 고국으로 돌아갔던 다른 유명 예술가들과는 달리 쿠니는 계속 일본에 있는 것을 택했고, 한국의 가족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또 그는 아시아 중심적 주제와는 거리를 둔 채 스스로를 '코스모폴리탄'이라고 선언했다고 손 씨는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