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이 외국 크루즈선의 모항(母港)으로 도약한다는 소식은 사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소식들이 많아서다. 그런데 이번에 인천항만공사가 글로벌 크루즈 선사인 코스타크루즈, 롯데관광개발과 내년 5월 인천항을 모항으로 하는 전세선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면서 모항시대를 여는 한걸음에 다가섰다는 판단을 굳히게 하고 있다. 알다시피 이러한 모항은 크루즈선이 중간에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출발지로서 승객들이 타는 항구를 말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승객 정원 3천780명의 11만4천t급 크루즈선 코스타세레나호의 경우 내년 5월 인천항을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이시가키∼대만 타이베이∼부산을 6박 일정으로 운항할 예정으로 이번 크루즈 모항 유치는 사드 갈등으로 침체된 수도권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천항만공사와 인천시, 서울시, 관광공사 등이 힘을 합쳐 성사됐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인천광역시에는 현재 인천항에 22만5천t급 초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와 지상 2층, 연면적 7천364㎡의 크루즈터미널이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2019년 인천 크루즈터미널 개장에 대비해 크루즈 모항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도 있고 다시말해 일본이나 대만 등지로 크루즈 관광객 다변화를 꾀해 터미널 조기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서둘러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사실 크루즈의 관광효과는 기대이상이다. 그런데 인천항을 찾는 크루즈의 그것은 중국이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에 나선 가운데 중국발 크루즈선의 한국 입항금지 조치로 장기화 되면서 차질을 빚어왔다.

이미 올 봄에 중국 내 크루즈 선사들이 한국 경유편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고 상황이 좋아질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크루즈노선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의 모든 정황상 그리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론 크루즈 선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1년짜리 일정을 짜면서 갑작스러운 외부 변수가 생길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기도 한다지만 당분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생각하기에 크루즈 선사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 잘 팔리는 상품은 한국과 일본 연계노선이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그래서 올해 봄 크루즈 선사들의 조치로 올해 연말까지 중국을 출항해 한국에 기항하는 크루즈 일정 중 182항차가 취소됐고 중국에서 들어오려던 크루즈 관광객 총 36만명의 발길이 끊기게 된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중국만 믿고 크루즈를 운영할 꿈은 깨야 된다는 결론이다. 이미 중국 당국의 여행사를 통한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에 따라 한국을 찾는 유커가 줄면서 하늘 길도 좁아지고 있는 판국이다. 이렇게 중국 노선의 수요가 줄어 당분간 감편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중국의 바닷길이 금새 열릴것이라는 상상은 불가능하다. 크루즈 관광은 해외여행중에도 고급스럽고 돈이 되는 관광코스다. 한번 기항해 여행객들을 풀어놓으면 그들이 소비하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모쪼록 이번 인천항 모항시대를 꿈꾸는 일이 다국적 크루즈 루트로 인해 안정된 노선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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