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민규기자
“대표팀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축구계 대표 원로인 김호(73)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은 16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할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K리그는 물론 초·중·고·대학팀을 활성화하려는 노력 없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내길 기대하는 건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대표팀 사령탑과 수원 삼성 초대 감독 등을 지낸 김 총감독은 2015년부터 용인축구센터에서 지역 중·고교 선수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팀은 가까스로 9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연이은 졸전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을 다시 선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기도 했다.

김 총감독은 “지금 한국 축구가 처한 위기는 단기처방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시에 그 이후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김 총감독은 “답답한 경기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히딩크 감독 복귀설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다만, 성적 문제를 넘어 이번 기회에 한국 축구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대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해야 얻을 게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몇 해 전부터 무서울 정도로 자국 리그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고, 일본은 2030년을 바라보고 대표팀 성장을 위한 치밀한 계획들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 총감독이 강조하는 건 선수 육성의 중요성이다.

학교 축구와 K리그 성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총감독은 “초·중·고·대학팀 상당수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인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좋은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몇 해 전부터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여러 한계를 피부로 체감했다고 한다.

특히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했다.

김 총감독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건 중요하지만 훈련 환경 변화에 따른 선수와 지도자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건 문제”라며 선수 육성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는 유럽 축구 선진국 정부의 사례를 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8개월 남짓, 그가 생각하는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

김 총감독은 “수비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공격은 수비에서 시작한다. 최근 경기를 보면 무엇보다 수비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전술과 조직력도 실망스러웠다. 지금 이대로 월드컵에 나가면 대량 실점은 불 보듯 뻔하다. 앞으로 협회와 코칭스태프는 수비력을 끌어올릴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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