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초등교사 임용대란 (上) 정부 정책 실패가 예비교사에 불똥

임용대란은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초등학교 교사 선발인원을 대폭 감축해 촉발됐다.

지난달 14일 최종 확정된 내년도 초등학교 교사 선발인원은 전년대비 32% 감소한 4천88명, 인천지역은 56% 감소한 75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부재가 임용대란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뒤늦게 각 시·도교육청과 함께 TF를 구성해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수립에 나섰다.

중부일보는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쓴 예비교사들의 현실을 취재하고 정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예고된 초등교사 임용대란(上): 정부 정책 실패가 예비교사에 불똥

지난달 임용시험 접수기간 동안 경인교대 4학년 학생들은 응시 지역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였다.

인천과 경기지역에 각각 캠퍼스를 둔 경인교대의 다수 학생들은 재학기간 동안 두 지역의 교사 임용을 목표로 했지만, 내년도 임용시험 선발인원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천 44.1%, 경기 56.4%)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지역 모두 임용시험 경쟁률이 폭등했다.

16일 인천시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각각 2.04대1과 1.87대1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61.9%와 30.8% 증가한 것이다.

특수목적대학인 교대는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교사 양성에만 초점을 맞춰 졸업생들이 교사가 아닌 길을 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2대1을 넘었다는 것은 교대생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경인교대 4학년 A씨는 “교대생들은 일반대학처럼 복수전공 이수도 못하고, 초등학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법만 대학 생활 내내 공부했다”며 “교사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이 공부했는데 교사 선발인원이 대폭 줄어드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교사 선발 인원이 대폭 줄어든 것은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학교에 발령받지 못한 대기자의 적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인천지역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는 162명이 합격했지만 9개월 동안 신입 교사로 임용된 합격자는 8명 뿐이다.

대기자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자신의 임용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임용대란을 정부의 중장기적 교원 수급 정책 부재한 상태에서 매년 교사 정원을 고려하지 않고 임용시험 선발 규모를 확정한 것에서 찾는다.

정부는 매년 임용시기 때마다 전년도 수준에서 교사 총정원을 정하면서, 임용시험을 실시하는 각 시도교육청에는 청년일자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무리한 선발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인천지역에서만 170여 명이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내년까지 임용을 장담하기 힘들다보니, 내년도 임용 규모를 급격히 줄였다.

경인교대의 한 교수는 “임용대란은 예고됐지만 정부가 중장기 교사 수급 계획 없이 매년 선발 시기마다 선심 쓰듯 임용 규모를 정했다”며 “언젠가 터질 일이 지금 터진 것이다”고 지적했다.

허좋은기자/hgood@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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