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매우 특별한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선정한 것이다. 에버트 인권상이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한 국가의 국민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인권상 제정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니 촛불집회의 의미가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촛불집회가 이룬 과정과 성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에버트 재단은 비영리 공익단체로 지난 1994년부터 인권상을 제정하고 매년 세계 각지에서 인권 증진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에버트 재단은 수상자 선정 이유로 “가혹한 겨울 날씨에 주말마다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와 헌신을 모범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밝혔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잡기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지난 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나이, 성별, 지역을 불문하고 주말마다 거리로 나왔다. 촛불집회 현장은 참여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준 생생한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매 주말마다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평화적으로 집회와 행사가 이루어진 점은 우리 국민의 높은 민주의식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당시를 돌아보면 아찔할 만큼 대 혼란이었다. 비선실세에 의해 움직인 대한민국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고 국민들은 둘로 갈라져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대혼란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누구보다 현명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가 이루어낸 성과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국가지도자에 대한 검증 기준은 높아졌고 더 이상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는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적폐청산과 개혁 과제들이 실천되어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국민들은 일상생활 속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라도 촛불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힘인 것이다. 에버트 인권상 수상은 격동의 혼란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한 시간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에버트상 시상식은 12월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고 한다. 촛불시민 모두가 수상자란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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