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에스포시를 다녀왔다.

목적은 세계교육 선두를 달리는 핀란드의 핵심 교육도시와 우호교류 물꼬를 터 교육도시 오산의 새 그림을 그려보고자 함이다. 자율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핀란드 교육을 정밀하게 살피고 학교와 지자체 협력체제, 진로 직업교육시스템을 자세히 둘러봤다.

핀란드 교육은 권한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철저한 분권형이면서도 지방 단위에서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사실상 통합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가 최고 수준의 교육을 이룬 데에는 이 체제가 기반이 됐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상명하달식 교육정책에서 탈피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역단위에서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정치적 이해로 대립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양 기관이 어떻게 통합된 교육행정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 핀란드 교육체제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자체가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교육이 지역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정주성을 확보할 수 없다. 지역경제 뿐 아니라 도시개발 문화 예술 등 어떤 분야도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일과 동떨어져 논의될 수 없다. 국가 미래를 교육이 좌우하듯이 지역 미래 역시 지역 교육이 핵심 요소다.

에스포시는 이런 관점에서 교육을 위한 통합 지역행정의 모범을 보여준다. 지자체는 지역 기업체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 인재들이 다시 지역에서 활약해 도시 활력을 높이는 선순환구조를 갖추고 있다.

에스포시 알토대학에 위치한 ‘알토디자인공장’은 상품디자이너와 개발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역 공공기관과 대학 기업이 거미줄처럼 엮이고 모든 과정을 지자체가 리드한다. 노키아가 몰락한 뒤에도 핀란드 경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바로 이 산·관·학 협력체제에 있는 것 같았다.

‘옴니아’란 거대한 직업교육기관도 있다. 실업고 과정부터 성인 직업교육까지 통합된 이곳은 숙련된 기술을 익히려는 누구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길은 옴니아로 통한다”라고 할 정도다. 직업학교와 성인교육센터, 도제훈련센터, 청소년워크숍 4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고 7천여 명이 재학 중이다. 말 그대로 보편적 직업교육을 실현해나가는 통합교육기관이다.

‘이소 오메나 서비스센터’라는 새로운 교육체제도 시도하고 있다. 쇼핑센터 내에 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문화예술 센터, 모자보건센터 등을 구축하고 학생이나 시민들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도록 지원한다. 교육기관을 쇼핑몰에 만들어 교육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핀란드 교육이지만 그 단계에 머물지 않고 더욱 발전된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오산시와 에스포시는 서로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로 하고 오는 24일 우호교류 협력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오산교육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의 고민은 아직도 깊다. 에스포시가 최고의 교육도시 오산이 되도록 도움을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핀란드 교육은 감탄스런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거창한 비법보다는 좋은 생각을 하나하나 통합행정으로 실천한 것이 비결이었다. 우리도 지역 교육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행정체계를 갖추고 통합된 노력을 집중하면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곽상욱 오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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