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에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은데 일할 수 있어 감사하죠."

인천 남구 용현동 SK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택배 보관소에서 만난 김준기(64) OK실버택버 팀장은 은퇴 후 시작한 지금의 제2의 삶에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국내 대형 건설사 등지에서 국내외 설비소장을 맡아 온 김씨는 2014년 정년퇴직을 한 후 지난해 7월 부평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 아파트로 이사왔다.

첫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의 세대별 현관문에서 김씨는 남구노인인력개발센에서 붙여 놓은 'OK실버택배사업 택배원 모집'이란 광고문을 봤다. 김씨에게는 반가운 광고문이었다.

그는 "퇴직 후 2년 간 봉사활동 등으로 남은 시간들을 보냈었는데 광고문을 보고 바로 신청해 OK실버택배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달 뒤인 10월부터 택배원들의 추천을 받아 팀장직을 맡게 됐다.

택배원의 근무 시간은 평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다. 택배 물량에 따라 퇴근시간이 유동적이지만 팀장인 김씨는 오전 10시 반에 출근해 하루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김팀장은 "송장과 착불 등의 정리할 일이 많아 오전에 나오고 있다"며 "부담감은 있지만 배달 사고가 나선 안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맡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OK실버택배원은 총 25명이다. 지난해 시작할 땐 30명이 있었지만 각자 다른 사정 때문에 10여명이 그만 뒀다. 이후 최근에 5명이 충원돼 25명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는 "이 아파트가 26개 동인데 1년 간 팀장으로서 택배일을 하다보니 25명 정도가 정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을 정말 잘하는 분들은 하루에 3개동을 맡아 하기도 하는 등 개개인의 능력들이 좋아 팀장으로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 2막의 시작으로 택배일을 1년 3개월째 하면서 여태껏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김 팀장은 "은퇴 후 매일 같이 일할 수 있는 곳, 일정 수입이 들어오는 점, 비슷한 나이대의 형님, 동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점이 너무 좋다"며 "지난 30년 동안에는 오직 일하고 돈버는 일에 중심을 뒀다면 지금은 진짜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택배일을 하는 동안 많은 주민들에게 안전한 택배 배달을 약속했다.

그는 "나이 많은 6~70대 사람들이 택배일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사고 없이 잘 하겠다"며 "지역에 실버택배 기회가 늘어나려면 먼저 하고 있는 우리가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건웅기자/kg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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