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사실, 입찰과정서 '부적절' 지적했지만… 공사발주 대신 물품발주로 강행

▲ 부실시공으로 8년째 개통조차 못한 월미은하레일의 후속 사업인 '월미궤도차량' 입찰이 불법으로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월미은하레일의 대체사업을 확정, 발표한 지난 4월 인천은하역에 설치된 현수막. 윤상순기자

인천교통공사가 부실시공으로 개통조차 하지 못한 월미은하레일의 후속 사업인 ‘월미궤도차량’ 입찰을 불법으로 진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시 감사실은 수차례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교통공사는 불법입찰을 강행하고 있다.

17일 교통공사에 따르면 18일까지 약 180억 원 규모의 ‘월미궤도차량 운행시스템 제작구매·설치’ 사업을 위한 입찰 재공고를 진행한다.

월미궤도차량 사업은 교통공사가 약 850억 원을 쏟아붓고도 안전 문제가 불거져 8년 넘도록 개통조차 하지 못한 월미은하레일의 후속사업이다.

교통공사는 Y자 가드레일과 궤도차량은 폐기하고, 기존에 건설된 교각과 상판을 활용해 소형 모노레일 운행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차례 유찰된 이번 입찰은 궤도차량 및 궤도시스템, 전기, 신호, 통신, 검수설비 제작구매 및 설치 등의 사업을 모두 함께 수행할 사업자를 모집한다.

교통공사는 불법임에도 입찰에 ‘공사 발주’가 아닌 ‘물품 발주’의 형식을 택했다.

물품 발주는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 사용되는 형식인데, 물품 발주의 경우에만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이란 발주자와 사업 제안사가 가격과 기술 분야에서 협상을 통해 계약하는 것을 말하는데, 교통공사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협상에 의한 계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공사 발주’와 ‘물품 발주’ 모두 가능했지만, 제도를 악용해 특정 업체를 선정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난해 11월 ‘물품 발주’만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교통공사는 처음에는 적법한 공사 발주를 위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약 1억7천만 원을 들여 턴키 방식의 사업 용역을 진행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중간에 물품 발주로 입장을 바꿨다.

용역 결과를 보면 물품인 차량의 사업비는 약 38억 원이며, 대부분의 사업비가 공사 분야인 궤도분야, 전기·신호분야, 통신 분야 등이다.

이후 교통공사는 시 감사실에 계약심사를 요청했고, 감사실은 2차례에 걸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교통공사는 지난 8월 불법입찰을 강행했다.

감사실이 2번 심사를 진행하면, 교통공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자체적으로 판단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일부 궤도차량 관련 업체는 별도 발주하는 형태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교통공사에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교통공사는 사업자 간 책임을 강조하는 공동이행방식으로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이 경우 사업을 제안하는 업체 모두가 전기, 설비 등의 모든 면허를 보유해야 함에도 교통공사는 면허 유무를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불법 입찰에 이어 무면허 시공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미 중요 시설물이 모두 설치돼 있어 물품 발주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시 교통정책과에 모든 진행 사항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정만 시 교통정책 팀장은 “교통공사로부터 전혀 보고 받은 사항이 없다. 우리가 관여할 사항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기정기자/ck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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