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외면하지 않는 화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아픈 이야기든 좋은 이야기든 사회와 함께 숨쉬고 공유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습니다.”

수원을 연고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용택(65) 화가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권 화가는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 4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서 진행되는 개인전 ‘권용택, 새벽의 몸짓’을 연다.

미술관 측의 초청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술이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시대와 소통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관된 길을 걸어온 그의 최근작과 일부 대표작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자연의 소박함을 노래하고, 때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인간의 진솔한 삶을 표현하는 권 화가의 작업세계를 느낄 수 있는 ‘그리운 금강산’과 ‘산 위를 걷다, 날다’ 시리즈 등 회화 작품 23점과 돌 위에 그린 그림인 ‘금강초롱’ 등 모두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권 화가는 작품 ‘폐철’로 1979년 프랑스 르 살롱(LE SALON)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일상적 풍경의 가치와 삶의 귀중함을 자각시키는 극사실적인 화풍으로 주목받은 현대미술 화가다.

수원에서 살아온 그는 중앙대 회화과에 입학한 후 수원문화원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특정한 형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산과 자연을 그리며 그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작품 한 점에는 서양화와 한국의 수묵화가 모두 섞여 있죠. 시공간도 재배치돼 있고, 곳곳에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그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는 오산과 수원에서 미술교사로 교직에 몸 담기도 하고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동시에 사회운동과 작품활동을 병행했지만, 예술에 전념하기 위해 18년 전 수원을 떠나 강원도 평창에서 살고있다. 그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그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몸만 그곳에 있을 뿐, 경기도를 기반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작품 속에 수원의 시조(市鳥)인 백로의 그림자나 날개를 그려넣는 등 수원의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권 화가는 시대와 역사, 사회현실 등의 소재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에게 그림은 옷이다. 작품은 메시지를 표현하는 매체일 뿐 전달하고 싶은 알맹이는 현실의 이야기들이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땅 위에 발을 딛고 그립니다. 표현방식은 비현실적이지만 작품의 뿌리는 제가 사는 이 땅, 사회에 있죠. 저는 그림과 몸, 실천이 모두 하나되게 노력해요. 만약에 제가 여성문제로 그림을 그린다면 직접 여성운동을 하고, 노동미술을 하면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요. 실제로 실천하고 그려내죠. 제 그림은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작품을 통해 제 이야기들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