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쌀쌀해지는 날씨, 점점 붉으스름해져가는 게 보이는 거리. 가을은 이미 성큼 다가와 있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은 ‘단풍’이다. 물론 가는 곳마다 단풍이 져 있는 가을 길을 걷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지금 이때야말로 모든 색의 경치를 아울러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막 피어오르고 있는 풍경과 저물어가고 있는 풍경의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푸른 녹음, 빨간 단풍, 그리고 하얀 억새까지 떠나는 시간과 다가오는 시간이 겹쳐있다. 늦가을로 접어들며 모두가 시들고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삼색 풍경들을 한 데 모아 소개한다.



▶ 하얀색 - 민둥산 억새원

가을에는 역시 억새다. 솜털같은 하얀 억새꽃들의 향연은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서다.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억새밭, 동시에 축제까지 함께 길 수 있는 10월 말의 힐링장소를 소개한다.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민둥산은 해발1천118m의 높이로, 산 전체가 둥그스름하게 끝없이 펼쳐진 광야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산이다.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밭으로, 무려 20만평이 억새꽃들로 가득 덮여 있다.

투명한 가을햇살을 받아 산 전체가 은빛 물결에 휩싸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민둥산은 경기 포천시 명성산, 충남 홍성군 오서산, 전남 장흥군 천관산,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구간(사자평억새길)과 함께 전국 5대 억새풀 군락지 중 하나다.

정선군은 이같은 아름다운 가을 억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민둥산 일원에서 2017 민둥산 억새꽃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행사로, 사람들의 인위적인 손길이 닿은 볼거리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작품인 억새꽃을 만나 볼 수 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린 능선이 이어진 억새동산은 인생사진을 찍기 좋은 곳임은 물론, 온 가족이 다같이 산행하기에도 부담없다.

또한 축제에서는 관광객 노래자랑, 떡메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상시 준비돼 있어 민둥산과 억새꽃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 주말, 드넓은 억새밭에서 힐링을 원하는 이들은 민둥산을 찾아 억새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로



문의: 1544-9053.



▶ 빨간색 - 동두천 소요산 단풍


때가 무르익으러면 아주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가을 경치 구경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단풍이다. 경기도에서 가깝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단풍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소요산만한 곳이 없다. 소요산의 가을 단풍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절경을 연출해 ‘경기도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안고 있다. 지하철 1호선으로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두천시는 1986년부터 매 10월 말마다 ‘소요단풍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단풍의 절정기에 소요산에서 펼쳐지는 이 단풍제는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전시 등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찾는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소요산을 중심으로 한 동두천시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산속 풍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 올해 축제는 앞으로 딱 1주일 후인 오는 28일 개최될 예정이다. 소요산 야외음악당에서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서는 풍물, 창 등의 전통 공연, 문화체험 등 이전까지 사랑받아오던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이와 더불어 동두천시 여고생과 여성 시민을 대상으로 제4회 요석공주 선발대회를 진행하기로 해 관심을 받고 있다.

축제가 아니어도 단풍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한 등산도 좋다. 소요산은 동두천 대표 명산답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으며, 산세가 험하지 않아 단풍을 보며 거닐기 그만이다. 원효대사가 깨우침을 얻었다는 원효폭포를 가는 것도 좋고, 최고봉인 의상대에 올라 경치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또 등산로 주변에는 안보관광시설인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이 위치해 있어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문의 : 031-860-2114.



▶ 초록색 -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청송군은 옛날부터 자연 생태계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슬로시티’(Slow city)로 유명하다. 공룡 발자국을 포함한 화석들과 푸른 솔밭을 포함한 생태공원, 그리고 청송군 자체의 반 문명적이기까지 한 자연 풍경은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이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청송군은 최근 청송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청송군에서 자연 풍경을 주 소재로 한 축제를 개최한다. 20일부터 24일까지 송강생태공원, 목계솔밭, 객주문학관 등지에서 열리는 ‘청송 포레스트 아트 2017’을이 그것이다. 이 축제는 자연과 예술을 하나로 접목시켜 녹음 속에 무한정 빠져들게 만드는 행사다. 청송군이 가진 모든 자연 자원을 활용한 이 축제에서는 랜드 아트, 청송의 명물 사과를 포함한 자연 음식, 자연 체험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랜드아트 부분에서는 한국, 덴마크, 독일, 중국 굴지의 작가들이 고루 참석해 자연으로 조형한 예술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를 따라다니며 즐기는 것도 좋지만 산과 강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는 곳곳의 명소를 따로 둘러보는 것도 좋다. 청송읍내를 관통하는 용진천변에 위치한 현비암은 20m 높이의 인공 쌍폭포가 떨어지는 절경을 연출한다. 또 야간에는 조명시설까지 가동돼 청송의 또 하나의 명물로 부각되고 있다.

늦가을이 찾아와 이곳 역시 빨갛게 물들기 전에 송강생태공원과 목계솔밭의 푸른 녹음을 한껏 만끽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의 : 054-870-6240.

황호영·김수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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