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 증가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현상을 이론화했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어느 정도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에는 소득이 증가한다고 행복이 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입증자료로 예를 든 나라 중엔 대한민국이 있었다. 이스털린이 조사한 기간 동안 한국의 1인당 소득은 2배가 늘었으나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며, 대한민국의 복지혜택에 대한 체감도가 낮음을 방증한다. 어떤 복지정책을 펼쳐야 체감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필자는 그 해답을 ‘문화’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생활 형태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4가지로 분류하고 조직한다. 이 중 ‘문화’란 넓게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변화시켜온 물질적, 정신적 산물을 의미하고, 지엽적으로는 음악, 영화 등 인간이 누리는 드라마틱한 예술 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그런데 이 ‘문화’가 가지는 힘과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국민 의식을 깨우고 법을 바꾸기도 한다. 또한 문화는 개인의 상처를 정화하고 품격을 쌓아준다. 품격은 젊어서도, 외모가 아름다워서도, 억지로 만들 수도 없다. 품격은 내면을 가꿈으로서 생기고, 내면을 가꾸기 위해서는 꾸준히 ‘문화 향유’로 양식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누구나 나이를 먹으며 자기 경험으로만 세상을 판단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세상의 흐름, 특히 문화적 흐름에 민감해야 하는데, 노년이 되어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젊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배우 윤여정씨는 최근 한 매스컴에서 꾸준한 독서가 지름길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렇듯 인간이라면 누구나 문화를 즐기고 누릴 권리가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는 일부 ‘가진 자들의 소유’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원초적 문화인 ‘자연’ 또한 자본력을 동원하여 소수가 독점하고자 하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문화의 혜택을 나이, 성별, 직업, 경제력을 막론하고 국민 누구나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하며 여기에서 문화는 곧 복지가 된다.

사회복지의 근간은 ‘의식주 제공’에만 있지 않다. 즉 물질적인 지원이 복지의 전부가 아니며 물질 풍요시대에 ‘문화 복지’는 국가의 매우 중요한 사회보장 시스템이고 미래 복지의 트렌드이며 인간본성을 살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희망제공 사업이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열악한 급여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실천가들을 위해 1년에 2차례 힐링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음악회에 참여했던 분들의 반응에서 매번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다.

‘사회복지사는 에너지 소진이 커서 힐링 프로그램이 꼭 필요합니다. 행사 빈도수를 늘려주세요. 이번 공연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렸습니다. 기관에 돌아가서 이용자분들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수고를 인정받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움츠리고 추운 겨울 같은 종사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공제회가 되시기를 빕니다.’ - 지난 14일 춘천 일송아트홀에서 개최되었던 제5회 힐링음악회 참석자 소감

현 정부의 사회복지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를 표방하므로 앞으로 ‘문화 복지’를 잘 활용하여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는 갈등과 불만을 덮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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