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원(55·가운데)씨가 가천대 길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를 마친 뒤 의료진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가천대길병원

심장근육이 계속해서 커져 결국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비후성 심근증을 앓던 50대 가장이 새로운 삶을 찾았다. 

부친과 친동생 그리고 둘째 아들을 돌연 심장사로 잃은 박기원(55)씨가 가천대 길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로 새 심장을 갖게 됐다. 

그는 자주 혼수상태에 빠지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중 2013년에 이어 2015년 두 번째 이식 받은 심장자동제세동기마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박씨는 10여년 전 부친(당시 65세)과 남동생(당시 48세) 그리고 둘째아들(당시 17세)을 심장마비와 비후성 심근증으로 잃은 바 있는 심장병 가족력을 가지고 있었다. 

큰 아들(32) 역시 오랫동안 앓아 온 비후성 심근증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씨가 처음 질병을 알게 된 것은 18세이던 고교시절이었다. 운동장을 돌던 중 돌연 심장 마비가 와 의식을 잃고 졸도했다. 이후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그였지만, 오랜 사랑이 결실을 맺어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과 두 아들의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행복한 가정을 오래 허락하지 않았다. 

박씨는 반복된 입퇴원으로 일정한 소득을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이혼 후 어린 두 아이는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박씨는 연속으로 2차례의 혼수상태를 겪고 지난 6월 주치의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의 진료 하에 병동에 입원했다. 정밀 검사 결과 박씨의 상태가 위급하다고 판단한 정교수는 흉부외과 박철현 교수와 장기이식센터에 긴급 심장이식을 요청했다. 

심장이식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 1달 만이었던 지난 14일, 박 씨에게 적합한 장기기증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심장이식은 이식술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안심할 수 없었다.

이번 심장이식수술을 주도한 흉부외과 박철현 교수는 “심장이식은 다른 장기에 비해 뇌사자에서 적출해서 수혜자에게 이식하기까지의 시간인 허혈시간이 매우 짧은 4시간에 불과해 분초를 다툴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가천대 길병원은 적출팀, 이식팀 간의 원활한 소통과 팀워크를 통해 신속, 정확한 이식을 진행해 박 씨가 새로운 심장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박씨는 성공적인 이식수술을 마치고,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위해 사용한 면역억제제로 인한 낮은 면역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새로운 심장을 기증해준 기증자와 가족 그리고 가천대 길병원의 의료진들 덕분에 우리 가족이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게 돼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송길호기자/sg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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