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대만 까오슝에서 개최된 제3회 생태교통세계축제를 다녀왔다. 2013년 수원시에서 최초로 개최되고 2015년 남아공에 이어 세 번째이다.

제1회 생태교통축제를 개최한 수원시에서는 문화재 관련 규제로 슬럼화 된 구도심에 대해 도시 재생을 촉진하는 계기로 만들었고, 도시교통의 패러다임을 사람중심으로 바꾸는데 기여했다. 제2회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시에서 개최된 생태교통축제는 흑백갈등을 해소하고 부촌과 빈촌의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였다.

수원시의 생태교통을 통한 도시재생 효과는 점집과 빈집을 레지던시 작가나 공방, 젊은이들로 채웠고, 신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도시마다 생태교통축제를 하는 이유나 동기는 다르다. 그러나 각 도시가 직면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중심, 환경중심, 지속가능한 도시모델을 창출하고자하는 취지는 어느 곳이나 같다.

까오슝시는 오토바이 천국이다. 성년이 되면 누구나 오토바이를 갖는 게 꿈이라고 한다. 편도 2차선 도로의 1개 차로는 오토바이 전용 차선이다.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도 도로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므로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은 보기 힘들고 수원시내에서 처럼 버스들이 줄지어 다니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

대부분 도로에는 보도가 없고 그러다보니 도로 가장자리는 주정차 차량의 독차지다. 까오슝시는 생태교통축제를 통해 오토바이를 줄이고 자전거 등 생태교통수단과 시내버스나 트램을 활성화하고자 하였고 도로에 보도를 만들어 사람중심 생태교통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제3회 까오슝축제는 세계도시들에게 무엇을 확인시켜줄까? 무모하고 험난한 축제를 어떻게 준비했을까? 생태교통 시범지구인 하마센마을 내 자동차는 다 사라졌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을 가지고 행궁동 주민 등 54명의 수원시민 참가단이 까오슝시를 찾았다.

10월의 까오슝시 날씨는 수원의 한여름 날씨다. 낮 기온이 38도까지 올라 무더웠다. 너무 뜨거워서 햇볕에 나가기조차 겁날 정도였다. 10. 1일 오후 2시, 우리시민들은 각자 빌려간 한복으로 갈아입고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의상을 갖춰 입고 수원이개구리 의상까지 챙겨 입고 퍼레이드를 준비했다. 그리고 3시, 차 없는 도로에서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퍼레이드는 개막식장까지 이어졌고 개막식에 참석했다. 3시간을 그렇게 무더위와 싸웠다. 수원이 의상을 입은 한 시민은 쓰러질 것 같은 것을 이를 악물고 참았다고 나중에 전했다.

도로에 나온 까오슝 시민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제1회 개최도시 우리시민들을 반겼고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나중에 파김치가 된 우리시민들의 사진을 보면서 울컥했다. 수원시는 2013년에도 그랬었고 2017년에도 또 행궁동 주민들에게 빚을 졌다.

왜 우리시민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열사의 나라까지 달려가서 그렇게 눈물겨운 생고생을 사서했을까? 2013년 최초로 생태교통축제를 개최한 시민으로서 먼저 시작한 시민의 책임과 의무감? “도시 외교관”이라는 자긍심? 모두 맞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그런 마음으로 힘듦을 감내했을 것이다.

“쌓인 눈 함부로 밟지 마라. 그 발자국이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된다.”는 말과 같이 행궁동 주민들은 2015년에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시민들에게, 2017년에는 대만 까오슝 시민들에게 이정표가 되었고 그들이 그들의 꿈을 꾸도록 만들어 주었다. 제4회 생태교통축제 도시는 무슨 꿈을 꾸게 될까? 2019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남상은 생태교통팀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