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지구 내 체육시설 부지, LH에 뒤늦게 무상제공 요구
4년간 매입 추진… 예산 못구해

인천시 서구가 예산 조달 방안도 없이 한국주택토지공사(LH) 소유의 가정공공주택지구 내 170억 원대 체육시설 부지 매입을 4년간 추진하다 결국 예산을 마련치 못해 무상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부지는 현재 민간매각을 위한 수의계약 절차가 진행 중으로 구의 이 같은 요구는 현실성 없는 민원 무마용에 그칠 전망이다.

26일 구에 따르면 지난 6월 구는 LH에 가정지구 내 체육시설 부지 1만891㎡를 체육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LH는 현재까지 회신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구는 LH에 체육시설 부지 매입의사를 밝혔다. 부지는 감정평가액 기준 177억 5천여만 원이다.

구는 부지매입 예산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자, 4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LH 측에 부지를 ‘기부채납 해달라’는 일방적인 요구로 선회한 것이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오는 12월 LH와 부지매입 절차를 재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H는 민간 매각을 이미 결정한 상태다. 지난 18일부터 수의계약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부지 매입은 물건너간 셈이다.

LH는 구의 요구가 상식 밖으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지 매각 전 구에 매입의사를 우선 조회했고, 오랜기간 협의과정을 진행했다는 게 LH 관계자의 설명이다.

LH관계자는 “170억 원에 달하는 부지를 무상으로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구가 부지 매입을 할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부지가 민간으로 넘어갈 경우 옥외골프연습장 및 볼링장, 테니스장 등 수익성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여 구가 운영하는 체육시설과 비교해 사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초 구의 계획대로 체육시설이 조성될 것으로 알고 있던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인천가정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진행 중이며, 연내 총 9천660세대, 주민2만5천여명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구가 주민 편의를 위한 체육시설 부지 조성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순 서구의회 의원은 “매입의사를 밝힌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가 무엇을 했는지 살펴볼 일”며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비를 투입해서라도 부지를 매입해 가정지구 입주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용기자/regenbogen0@joongboo.com

▲ 인천 서구청 모습.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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