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피해 1조원 넘어…중국 관광객 50% 급감, 관광수지 적자 17조원 전망
면세업계 "호전 기대하지만 낙관은 금물"…일부 '광군제 특수' 기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 출범을 계기로 해빙될 조짐이 보이면서 유통·관광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통·관광업계는 지난 3월 중순 중국의 '금한령'(禁韓令) 이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지만 최근금한령이 해제된 듯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조만간 유커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 지난해 4월 인천공항(위) 모습과 유커가 사라진 인천공항(아래)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에 즈음해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지난 13일 양국 간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만기연장이 성사되고 당대회 폐막일인 24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2년 만에 열리는 등 사드배치 이후 사실상 단절상태였던 한중관계에 변화가 감지됐다.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여행사 사이트에는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7개월 만에 등장했고,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씨트립(携程)이 한국 여행상품 구성을 위해 롯데호텔에 실무 협의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7일 베이징(北京) 주중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대한민국 개천절 및 국군의 날기념 리셉션'에 천샤오둥(陳曉東)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중국 측 주빈 자격으로 참석한 것도 큰 변화로 해석된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는 중국 측 주빈이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봤던 유통·관광업계에서는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사라졌던 유커가 조만간 돌아올 수도있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어 사라졌던 봄날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면서도 "아직 낙관하긴 이른 단계라 조심스럽게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롯데그룹이다.

자사 소유 골프장에 사드 포대가 배치되면서 중국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면세점, 호텔, 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 등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특히 큰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이 지금까지 사드 보복으로 입은 피해액만 1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의 점포를 운영해온 롯데마트는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되고 그나마 영업 중인 12개 점포의 매출도80% 이상 급감하면서 지금까지 6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다 못한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점포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 손님 사라진 중국 롯데마트 매장
 올 초까지 밀려드는 유커 행렬에 호황을 누리던 롯데면세점도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매출이 30%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도 20%나 줄었다.

 금한령으로 인한 롯데면세점의 피해액은 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994만2천835명으로, 작년 동기의 1천300만1천573명보다 23.5% 급감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같은 기간 319만2천248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33만4천312명)보다 49.6% 감소한 탓이 크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보다 468만명 감소한 1천256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출국자와 입국자 수 차이가 1천400만명으로 예상돼 관광수지 적자 폭도 사상 최대인 150억 달러(약 17조원)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인 투숙객이 많았던 롯데호텔의 경우 5성급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투숙객이 15∼20% 감소했고, 시티호텔급은 더 많은 20∼30%가 감소해 타격을 입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한중 관계가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면서도 "아직 미래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려운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한령의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도 아예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거나 매장을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면세점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고, 평택항 하나면세점은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점 철수까지 검토하며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조정 협상에 나섰고, 일부 중소·중견면세점은 공항 측을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과 무역센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각각 내년 말, 내후년 초까지로 개장 시한이 연기됐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 매출에 의존해 유지하고 있지만 유커가 돌아오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며 "최근 해빙 기류가 엿보여 다행이지만 기대처럼 사드보복이 빨리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이라고말했다.

 발 빠르게 광군제(光棍節) 마케팅을 준비 중인 업체도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쇼핑 명절이 된 광군제(光棍節)는중국에서 11월 11일을 의미하는 말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도 불린다.

 이랜드그룹은 중국법인인 이랜드차이나를 통해 광군제 마케팅 준비에 본격 돌입했고, 아모레퍼시픽도 한방 헤어케어 브랜드인 '려'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글로벌샵'은 다음 달 1일부터 12일까지 100여개의 핫딜 상품을 선정해 할인쿠폰, 배송비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SK플래닛의 11번가도 국내에서 진행하는 '십일절'(11월11일) 행사와 광군제 마케팅을 연계해 시너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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