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다음날(10일) 쇼킹한 뉴스가 있었다. 김만수 부천시장의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이었다. 김 시장은 부천시청 내부통신망에 “저는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 시장 3선 연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불출마 소식을 공식화 했다. 그는 “시장을 해 보니 부천시에 갈 길은 끊임없는 혁신에 있음을 매 순간 절감한다. 더 하려면 할 수도 있겠고 여러 구상도 있지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의 불출마 배경 설명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소식을 중부일보 10월 11일자 1면에 비중 있게 다뤘다. 인구수 85만여명에 불과한 부천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형 사고만 안 치면 무탈하게 공천 받고, 3선 시장에 당선되는 길이 탄탄대로 인데도 기득권을 포기한 것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타이밍이 좋다. “부천시를 이끌 새 리더십이 준비되고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며 선거가 8개월 남은 시점에 불출마를 발표한 것은 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군과 시민을 배려한 것이라는 세평(世評)을 받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 예닐곱 남짓한 시장(市長)이 ‘3선 도전’을 고심 중이라는 후문이다. 일부는 3선 도전을 공식화한 반면 일부는 눈치를 살피며 내년 초까지 지켜보겠다고 한다. 김만수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단체장들도 결심이 섰다면 정치 일정을 시민들에게 밝히고 평가 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지사 출마설, 총선 출마설 등 무성한 설(說)속에 밭이 좋은 부천에서 3선 도전을 포기한 속내가 듣고 싶어 26일 전화 통화를 했다. 욕먹을까 조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쉽지 않는데 3선 도전 포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연초에는 3선 도전도 생각했는데 정권이 교체되고 추석 언저리 지나면서 생각을 해보니 12년을 한다는 것은 너무 길고, 부천 입장에서는 새로운 혁신이 계속 일어나야 되는데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결정했다. 다음에 무엇을 하기 위해 그만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

-(3선 도전 포기 선언을 하면서)재충전 시간을 갖겠다고 한 말을 다음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이야기 들었는데 시장 임기를 마치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에 어떤 일을 할지는 정해진 게 없다. 임기 마치고 생각해 보겠다. 3선 불출마 선언하니까 시장 선거 준비하시는 분이 10명 되는 것 같다. 큰 장이 섰다.”

-도지사 선거에는 나오는가.

“아니다. 애초에 검토는 했는데 도지사 출마는 현실적으로 판단할 때 어려움이 있다.”

-시장 출마를 포기하면서 아쉬운 건 없나.

“특별히 아쉬운 것은 없지만 매듭이 안 지어지는 것들이 아쉽다. 산업단지 조성이라든지 경인전철 지하화라든지 굵직굵직한 사업을 시작해 놨으면 좋았을 건데 확정이 안 돼서 아쉽다. 더 노력을 해야 하는 장기과제이니 다음 시장이 잘 할 거라 생각한다.”

김 시장은 자신을 ‘문화특별시장’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재임 7년 동안 부천을 국내 대표적 문화도시로 육성했다는 평가다. 지하철 노선확충과 심곡 복개천 생태복원사업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당선은 무난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여건에서 “부천에 새로운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도내 지자체장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새겨 들을만한 대목이다.

새로운 리더십에 양보하기 위해 3선 당선 유력이라는 꽃길을 마다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 시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에 넘쳤다. 그의 과감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건승하길 바란다.

김광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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