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큰 칭찬은 ‘젊어 보인다.’ ‘동안(童顔)이다.’란 말이 아닐까 한다. 과거의 ‘젊어 보임’이나 ‘동안’은 그저 타고난 것으로 여겼으나, 요즘에는 ‘관리’를 통하여 스스로 만들거나,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끔 되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드물게만 볼 수 있었던 피트니스 클럽이한 동네에도 몇 개씩 생겨나고 있다. 연예인이나 일부 특정사람들만 받는 것으로 여겨졌던 ‘퍼스널 트레이닝(PT)’이라는 것도, 이제는 피트니스를 찾는 다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운동이 되었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역마다 생겨난 산책로나 둘레길을 걷기도 하고, 그 밖에도 젊음이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관리를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젊게 보이거나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닌 욕망이다. 동화 <행복한 왕자>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1854-1900)의 유일한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 있다. 주인공인 도리안 그레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들 만큼 뛰어난 외모를 지닌 젊은 청년이다. 그 젊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던 도리안 그레이는 결국, 젊음을 위해 자신의 영혼까지 팔게 된다.

‘불로장생’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인 중국의 진시황은 어땠는가. 영원한 삶을 희구하며 신하들로 하여금 전 세계를 뒤져서 불로초(不老草)를 구해 오도록 했지만 결국 49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대신 그의 일화가 남아서 지금까지 회자된다. 왜 인간은 이토록 젊음을 갈망할까? 젊음이 아름다움, 건강, 힘의 상징이라면, 늙음은 시들어감, 병듦, 나약함의 상징이다. 또한 늙음은 죽음과 연결되면서 단지 젊음과 늙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메커니즘까지 포함되는 보다 복잡한 심리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각설하고, 인간의 보편적일 수 있는 욕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동안 대회’나 일명 ‘몸짱 아줌마’의 등장이 아닌가 한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이 시류(時流)에 따라 등장하과 각광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약 15,6전부터 서서히 불기 시작한 젊음을 향한 열망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환갑이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80대의 어르신이 사회활동을 하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과거의 40대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면 지금은 그 나이에 결혼도 안한 ‘청춘’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젊음의 시기기 길어지고 그만큼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젊다든지, 혹은 젊어 보인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주름 없는 얼굴이나 식스 팩과 근육. 이런 것을 지니면 젊은 것일까? 친구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너는 학생들이랑 있어서 안 늙는다.’란 말이다. 그런 논리라면 같은 직종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렇지는 않다. 물론 젊은 학생들이랑 어울리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하나의 요소일 수 있다. 그런데,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젊은 생각’을 지니고, ‘젊은 행동’을 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은 권위의 옷을 입으면서부터 나이가 들어간다. 어른 대접 받으려고 하고, 자신의 지위를 내세우며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려 할 때 조금씩 늙어간다. 권위의 옷을 입고 다가오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가까이 할 리 없다. 주변의 지인이, 젊은 친구가 많은 내가 부럽다며, 자신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그들이 자신을 윗사람으로만 대한다는 푸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나와 같은 나이인데, 나도 그를 보면 윗사람처럼 여겨진다. 항상 나보다 높은 위치에서 충고나 조언을 하려하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계절. 혹시 지금, 나이 듦이 쓸쓸한 그대들이여! 옆에 있는 젊은 세대의 무거운 어깨를 한 번 주물러주자. ‘넌 쉬어, 내가 할 게’라고 말을 건네 보자. 어느 틈에 젊은 이웃이 생겨나고, 그대의 삶도 젊어질 것이다.

김상진 한양대 교수, 한국시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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