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13일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7번의 대통령선거, 8번의 국회의원선거, 6번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짐으로써 선거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꽃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선거 때 불법적인 금품수수 및 기부행위 등 금권선거의 적폐를 종종 뉴스로 접하곤 한다. 이는 절차적인 민주주의 제도는 정착이 되었으나 문화적인 차원의 민주적인 정치문화는 정착되지 못하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비단 공직선거 뿐만 아니라 각종 협회장선거, 단체장 선거에서도 이러한 금권선거의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유권자는 합리적 선택을 통하여 본인의 가치관과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선택한다. 비록 학연·지연·혈연 등의 비합리적인 유인에 의하여 투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비합리적 유인은 인터넷 등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투명화 되는 정보 사회에서는 그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대신 그 자리에 자본을 등에 업은 금권선거문화가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거시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오늘 당장 본인에게 물질적인 혜택을 주거나 차후 줄 것을 약속하는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식 제도를 통한 권한 획득이 아니라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를 통한 특혜를 누리려고 한다. 이는 합리적 선택의 목표 수준이 사회적 합의의 수준이 아니라 일신상의 영리에 얽매인 결과로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현명한 유권자는 시야를 높고 넓게 할 필요가 있다. 금권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은 당선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을 당선 이후 회수하려고 할 것이며, 회수 수준 역시 지불한 비용 이상을 요구할 것이다. 공식적인 활동비나 수당 등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으므로, 결국에는 선거를 통해 획득한 막강한 권한을 사용해 불법적인 자금을 수수하고 더 나아가 부정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켜 나와 나의 자녀와 이웃들이 저신뢰 사회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정치는 유권자, 정당, 후보자, 시민사회, 언론, 유관기관 등 정치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협력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거버넌스이다. 250여 년 전에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가 사회계약론에서 “유권자는 선거일 이전에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고 말했던 것처럼 선거 이후 시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을 비판한 시대에서는 정치인이 중요한 행위자였으나, 오늘날처럼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발달하고 투명해지는 시대에서는 유권자의 알권리 및 정치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은밀히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금권선거 행위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경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불법적인 행위가 자리 잡을 수 없도록 유권자의 금권선거에 대한 외면과 감시가 더욱 절실한 것이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지적하였다. 정치인은 우리 유권자의 자화상이며, 우리 정치문화의 소산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리 유권자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좋은 선거문화에서 훌륭한 정치인이 나오게 된다. 좋은 선거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획일화된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가 다양화 되고 분배적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며 상호 존중할 때 비로소 좋은 선거문화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염원하며 내년 지방선거가 금권선거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강윤식 수원시장안구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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