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종결, 내달 21일 선고…막판까지 한치 양보 없는 공방 치열
"이병철 차명재산 이맹희 거쳐 이재현에" vs "이병철 상속재산 없어"

 CJ 가문 재산을 둘러싸고 2년여를 끌어온 상속 다툼이 조만간 일단락될 전망이다.

 12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민사합의 11부(신헌석 부장판사)는 고(故)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이자 이재현 CJ 회장 삼남매의 이복동생 A(53)씨가제기한 '유류분(遺留分) 반환 청구 소송' 최종 변론기일을 지난 9일 진행했다.

 이 소송은 A씨가 삼남매와 고 이맹희 명예회장 부인 손복남(84) 고문을 상대로 2억100원을 청구하며 2015년 10월 제기한 것이다.

 최종 변론기일의 쟁점은 이재현 회장이 누구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았는지에 대한것이었다.

 A씨 측은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이 이맹희 명예회장을 거쳐 이재현 회장에게 갔으니 이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자신에게도 상속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CJ 측은 창업주의 실명 재산이 이 명예회장이 아닌 손 고문에게 상속돼 A씨와는 관계가없고, 차명재산은 A씨 측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A씨 측은 "이병철 창업주는 재산 상속에 대한 유언장을 명확히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이 회장의 재산은 자연히 아들 이맹희 명예회장에게도 상속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법적 요건을 갖춘 유언이 아니라 고인이 평소 남긴 뜻인 '유지'(遺志)에만 의존한 상속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A씨 측은 "유언은 엄격한 요건을 갖춘 행위이므로 고인이 평소에 재산을 어떻게나누겠다는 뜻을 표했다는 것 등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특히 이병철 회장에게서 이재현 회장에게 넘어간 차명재산은 상속인들이 실명 재산을 나눈 합의인 '상속분할협의'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재산인 안국화재(삼성화재 전신) 주식이 법적 근거없이 이재현 회장에게 갔고, 이재현 회장은 이 주식을 매각해 CJ 주식을 사들였다는것이 A씨 측 주장이다.

 A씨 측은 "법적 평가로는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 없었으므로 그의 재산은 아들 이맹희 회장에게 자연 상속됐고, 이어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된 것"이라며 "CJ그룹의토대가 된 차명주식은 현재가치로 2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직계비속의 유류분 청구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에 대해 가능하다. A씨 측은 손 고문 및 CJ 삼남매와 A씨를 상속인으로 보고 손 고문의 지분은 자녀 지분의 1.5배로 계산, A씨가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비중을 상속 재산의 1/11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2조5천억원 가운데 2천300억원을 A씨가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총 가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특정했다.

 A씨 측은 당장 2천300억원을 청구액으로 하기엔 인지대 부담이 큰 만큼 일단은 소송 가액을 유지하면서 재판 결과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CJ 측은 재판에서 "이맹희 명예회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만큼 유류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CJ 측은 이병철 창업주의 재산이 이 명예회장 대신 부인 손복남 고문을 통해 상속됐으므로 손 고문과 무관한 A씨의 몫은 없다고 보고 있다.

 A씨 측은 손 고문을 통해 상속된 재산은 실명 재산이며 상속분할 협의에 나오지않은 차명재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내달 21일 이 사건에 대해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한 여배우와 동거한 끝에 1964년 A씨를 낳았다. 그러나 당시엔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고 A씨는 삼성이나 CJ와 무관한삶을 살았다.

 그러던 2004년 A씨는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고, DNA 검사 끝에 대법원은 2006년 그를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인정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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