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를 운영하는데 있어 어떤 기준점을 만들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조직하여 운영하게 됩니다. 요즘 학교 현장도 보면 많은 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 학생들을 위해 좀더 나은 교육방향을 모색하고 인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학교 내의 학생들 간의 왕따, 따돌림 등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지속적으로 신체적, 심리적 공격을 가함으로써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면서 마련된 전담기구입니다.

요즘 학교 풍토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일부 이기적인 성향으로 교육의 현장이기보다는 사건 해결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교사와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학부모들 간의 논쟁과 다툼으로 학생들의 교육은 뒷전이 되고 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을 훈육하고 지도하며 교육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요즘 학교는 훈육다운 훈육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한 훈육이 오히려 역효과로 후폭풍을 맞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학교 내에서 운영되면서 그냥 덮어져도 될 친구들 간의 장난어린 싸움도 어른들 싸움이 되면서 학교가 법정을 방불케 하는 현장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학교장은 교감, 상담교사,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책임교사 등으로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구성하며, 학교폭력 사태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아무리 경미한 일이라 하더라도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사건을 담당하며, 사건을 조사한 후 심의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내리고, 이를 학교장이 이행할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서로간의 협의가 안 될 시에는 분쟁조정절차까지도 밟게 되면서 관련 교사나 학교 관리자 분들은 그 사건이 해결 과제로 안겨져 수업 준비보다는 사건 해결에 얽매여야 합니다. 이것이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실 교사는 교육자일 뿐 법률적 전문 지식이나 조사 관련 업무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모든 것을 법정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학부모들의 양상에 대처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부모와의 마찰, 상급기관의 서류보고, 행정소송 대비 등으로 의욕 상실과 교사로서의 회의감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수업 및 지도 부실로 이어져 일반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학교를 못 믿고 교사를 못 믿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큰 원인이라 여겨집니다. 교사나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 풍토를 만들어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학폭위가 학생이나 학부모, 어느 쪽에서도 신뢰받지 못하면서 교사들도 학교폭력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 내 제자이며 소중한 인격체입니다. 서로 다툼의 현장에서 언쟁을 높이기보다는 학교 측의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가 우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사건 발생에 대한 매뉴얼대로의 사건 해결만이 최선이 아닐 텐데 학폭위가 존재함으로써 사건에 대해 학교나 담당교사에 대한 문제 제기나 소송 등으로 학생 교육에 힘써야 할 학교가 폭력사건 처리까지 도맡아 공교육 약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쩌면 학폭위가 있음으로 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이해 중심적인 사고와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가 사건을 해결해 주고 자기편에만 서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학교 교육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해결방안이 더 폭력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폭력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꼭 전담기구를 만들고 교사를 책임교사로 하기 보다는 사회복지사나 상담사 등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화합과 소통을 통한 선도로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제안해 봅니다.

학폭위의 본연의 취지는 없어지고, 유명무실한 회의로 전락해가는 학교 현장이 안타깝습니다.

무엇이든 처음 시도가 힘들고 수고로움이 많이 따르겠지만 학폭위 대신 학교와 학부모 간의 신뢰와 존중으로 따뜻함이 드리워진 교정을 꿈꿔보고 온정이 오가는 교우, 사제 관계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 봅니다.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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