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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된 '처음학교로'… 끝나지 않은 유치원 입학전쟁

경기도내 사립유치원 참여율 4%… 신입생 공개추첨 형식 고수
가족 총동원 줄서기 대란 여전

김동성·변근아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 11일 오전 화성시 반송동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신입생 공개추첨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변근아기자
“조카를 위해 줄을 서 있는 거에요. 언니는 근처 유치원 추첨을 위해 가 있고요. 유치원 들어가기도 참 힘드네요.”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 화성시 청계동에 위치한 A유치원. 9시가 다 돼가자 한 아버지는 아이까지 팽개치고 줄을 서기 위해 달려가고 4살정도 돼보이는 남자아이는 “아빠 같이가요”라며 아버지를 뒤쫓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유치원 안쪽은 각 창구에 어린이 나이와 접수 번호가 붙어있었고 그 앞으로 학부모들이 줄을 서있어 북새통을 이뤘다.

유치원 교사들은 신발 주머니를 나눠주며 연신 “접수번호를 확인해 주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유치원은 앞 사람이 뒷사람의 당락을 결정하는 릴레이방식으로 진행돼 탄식과 환호가 엇갈렸다.

한 학부모는 “인근 동네에 거주하다 이 동네로 이사 온지 얼마 안되고 이 주변에는 이 유치원이 좋다는 이야길 들어 왔는데 떨어졌다”며 “다음주 월요일(13일)에 결원에 대한 추첨이 있다는데 그때는 꼭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화성시 반성동 B교회.이날 교회에는 인근 C유치원 신입생 공개추첨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른 아침시간부터 유치원 입학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교회 안은 물론 교회 밖 도로까지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주차돼있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장모(41)씨는 “아침 8시부터 추첨장소에 나왔다”면서 “가족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까지 전부 유치원 입학추첨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추첨 시간이 다가오자 교회 입구에 마련된 추첨권 배부 창구는 줄을 선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제 막 교회에 도착한 학부모들은 “이게 줄 맞아요?”라고 묻기 바빴고, 유치원 교사들은 “네~ 맞아요. 아래 붙어있는 아이 생일월별로 줄 맞춰 서주세요”라고 대답을 반복했다.

어렵게 줄을 서 추첨권을 받은 학부모들은 다시금 추첨장소로 들어가기 위해 교회 문 밖까지 길게 늘어진 줄로 걸음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줄에 같이 대기하던 한 꼬마 아이는 패딩점퍼를 입고도 평소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에 춥다고 칭얼거리기도 했다.

유치원 추첨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가 도입됐지만, 경기도내 사립유치 참여 저조로(중부일보 10월 30일자 23면 보도 등)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유치원 추첨 대란이 벌어졌다.

현재 도내 사립유치원 1천97곳 중 ‘처음학교로’에 참여한 유치원은 48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추첨에 모두 동원된 것은 물론, 인터넷 카페에는 시간당 1~2만 원 상당의 알바비를 내걸고 추첨을 대신 뛰어줄 사람을 구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처음학교로’에 대한 설명회 등을 진행했지만 사립유치원 측 입장은 단호하다. 국·공립 유치원과의 경쟁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은 사립 유치원들의 신입생 공개추첨은 오는 12월초까지 각각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김동성·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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