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동해서 벌어진 미 항모 연합훈련 동승해 르포
"北에 승리하려면 공군력 압도가 중요"…전쟁 걱정보단 훈련에만 집중

▲ 로널드 레이건 호. 사진=연합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사상 처음으로 한꺼번에 동해에 진입한 11일.

 이 중 로널드 레이건호에서는 모두 26대의 전투기가 4대의 캐터펄트(비행기 발사기)를 통해 쉴새없이 이륙하는 훈련이 펼쳐졌다. 1분에 3대의 전투기를 띄울 정도로 간격이 짧았다.

 전투기 발진과 귀환 훈련은 거친 파도에도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전투기들은 항모가 출렁이는 바람에 짧은 활주로에 착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다수는 정확한 착륙 지점을 놓쳐 곧바로 다시 이륙해야 했다.

 다른 훈련에서는 두 척의 항공모함에서 날아오른 전투기가 일본 내 공군기지 2곳에서 합류한 항공기들과 함께 가상 공격 연습을 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사 소속 앨리스터 게일 기자가 주말 24시간동안 로널드 레이건호에 탑승해 지켜본 훈련 장면과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르포 기사를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태평양에서 10년 만에 미 항모 3척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실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와 "전쟁 미치광이"라는 북한의 '말폭탄' 반격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2007년 괌 인근에서 펼쳐진 미 항모 3척의 연합 훈련에 참가했던 마이클 도널리대위는 "이 지역의 중요성 때문에 동해에서 (10년 만에) 훈련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번 훈련이 미국에 도전하는 나라들에 메시지를 줄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돼야 한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WSJ는 북한 해안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수백 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진행된 이번 훈련에 참가한 장교 중 아무도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콕 집어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통해 어떠한 분쟁에도 완벽히 준비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을 자신했다고 전했다.

 마크 돌턴 미 해군 소장은 인터뷰에서 "(훈련의) 메시지는 우리가 우리의 국익과 동맹을 지킬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북한과의 어떠한 분쟁에서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군력을 압도하는 것이중요하다는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며 이번 훈련이 전투기 출격 능력 점검에 상당한 비중을 둔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북한과 전쟁이 일어나면 미 폭격기를 위협할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부대와미 본토 또는 동맹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장을 파괴하기 위한 초기 타격이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훈련 중인 항공모함 내부에서는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항모 바깥보다 오히려 더욱 차분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몇몇 승무원들은 '분쟁의 최전선에 있는 게 아니냐'는 가족들의 걱정을 들으면서도 자신들은 임무에만 집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함내 인터넷 접속 제한이 북한과의 분쟁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보도로부터 승무원을 차단해주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 6천여 명이 탑승한 로널드 레이건호는 바다에서 주 7일 동안 훈련에 매진하고 있지만, 주말 저녁에는 잠깐씩 여가를 즐기는 광경도 목격된다.

 저녁 식사 후에는 일부 승무원들이 럭비 연습을 했고, 다른 승무원들은 '사탄의인형'이나 '지옥의 묵시록'과 같은 영화를 관람했다고 WSJ는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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