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변에서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일들이 종종 있다. 교육평준화 속에 서울 강남학군은 더욱 인기가 높아가고 있고, 소득재분배 정책 속에 빈부격차는 악화되었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와 법이 오히려 그들의 구제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 5천 명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2007년 정부가 마련한 총액인건비제가 오히려 공공부문의 인력 고용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가 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인건비 총액 안에서 조직 정원 관리와 인건비 배분을 기관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각 기관에 조직,보수,예산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관별 특성을 살려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도입 취지만 보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이 제도는 각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공공부문의 고용안정화에도 역행하고 있는 제도다.

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용인원 중 6.3%를 차지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처럼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공공부문 인력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총액인건비제라는 정부 규정 때문이다.

또한 총액인건비제는 공무원 정원과 충돌돼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끔 만들고 있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하달되는 총액인건비에 공무원 인건비와 무기계약근로자 보수가 함께 포함돼 있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만큼 공무원 인건비나 무기계약직 보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운영에 있어서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의왕시의 경우 54㎢의 면적과 156,763명의 인구수를 기준으로 546명의 공무원이 정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를 가진 계룡시의 경우, 60.7㎢ 면적과 42,634명의 인구를 기준으로 공무원 정원수는 341명이며, 과천시의 경우에도 35.813㎢의 면적에 인구수는 63,778명으로 의왕시에 비해 규모와 인구 모두 적지만, 공무원 정원수는 487명으로 의왕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의왕시에 비해 인구수나 민원발생건수가 3~4배 가까이 적은 지자체들이지만 공무원 정원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고, 이는 총액인건비제도 하에서 공무원 정원수가 불합리하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의왕시는 백운 및 장안지구 개발사업, 재건축사업 등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공무원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증원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총액인건비는 지역별 특성 및 개발여건을 비롯한 민원수요 등을 간과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각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제고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각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대폭적인 인사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총액인건비제도 개선노력을 기대해 본다.

기길운 의왕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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