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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키우자] 의사·판검사로 발길 돌린 과학도들… 매년 1천여명 인재 유출

황영민 dkdna86@daum.net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한 해에 1천500명.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등 전공 외 분야로 진학한 이공계 학생들의 숫자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영역과 민간 등 모든 분야에서 4차 산업을 주창하지만, 정작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재들의 누수현상은 심각한 상태다.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이공계를 홀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이공계열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지만, 타 직군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야말로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조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전원 파고 넘으니 약대… 끊임없는 이공계 위협= 2005년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초과학 부문을 담당하는 이공계열에 대한 위협은 끊이지 않았다. 당초 학부 6년 과정을 거쳐야만 의사가 될 수 있었으나, 4년제 학사 출신이면 누구에게나 의사로서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만연해 온 ‘공돌이’ 홀대현상에 지친 이공계열 학생들에게는 탈출구였다.

2007년에는 로스쿨이 시행되며 법조계로의 진출도 가능해졌다. 의사와 판·검사, 이른바 ‘사’자 계열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에 항상 소외됐던 과학도들이 신분상승(?)을 꿈꾸게 된 것이다.

이는 심각한 이공계 엑소더스로 이어졌다. 로스쿨·의전원·치전원에 진학한 공학·자연계열 학생수는 2012년 1천479명, 2013년 1천564명, 2014년 1천564명, 2015년 1천578명, 2016년 1천548명 등 5년간 7천733명에 달했다. 지난해 국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은 “이 학생들은 우수학생으로 인재유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면서 “이공계학생이 과학자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전원 도입 이후 체제를 유지하던 27개교 중 대부분 대학이 의대 체제로 복귀하고 현재 강원대·건국대·차의과대학 등 3곳만이 남게 됐지만 또다른 위협이 닥쳐왔다. 의전원 진입로가 좁아지자, 이공계열 학생들이 약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4년제였던 약학대학의 학제는 지난 2009년 교육부가 타 학과에서 2년간 기초소양을 이수한 학생이면 편입이 가능하도록 ‘2+4 체제’로 개편했다. 처음부터 약대로 입학하지 않아도 약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교육부가 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에 제출한 ‘2016년도 약학대학 입학자 전공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9개교의 약학대학 입학생 1천399명 중 이공계열 전공자는 1천65명, 전체의 76.1%를 차지했다. 올해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에도 전체 응시생 1만5천107명의 73.3%에 달하는 1만1천70명의 이공계 전공자가 몰렸다.



◇병역특례마저 존폐위기, 갈곳 없는 과학도들= 미래 과학도들을 양성하는 이공계의 위기는 병역문제에서도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제도의 폐지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973년 시행된 전문연은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의 경우 병무청이 지정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국방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문연이 폐지된다. 과학계의 반발 등으로 현재 유보된 상태지만, 이공계열 전공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과학계의 취·창업 환경도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창업 후 3∼7년을 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데스밸리는 이미 대명사가 됐고, 젊은 연구자들은 열악한 연구환경을 견디지 못해 해외로 떠나는 실정이다.

실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5년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에 따르면 외국에서 취업해 한국을 떠난 이공계 박사 인력은 2006년 5천396명에서 2013년 8천931명으로 6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정택동 서울대 교수는 “이공계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면 ‘앙트레프레너십’이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원장은 “지금 이공계가 희망이 없는 이유는 젊고 유능한 과학도들을 전부 소모품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면서 “혁신적인 가치창출, 창업가 정신을 통해 이공계열 전공자들이 스타트업을 통한 꿈을 찾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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