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이 멀다.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 

한국선수로는 14년 10개월 만에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정현(21·삼성증권 후원)은 1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낸 건 다행이지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정현은 올해 한국 테니스의 ‘간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으로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5월 투어 대회(BMW오픈)에서 처음 4강에 오르며 흐름을 탔고, 프랑스오픈 3회전(32강)에 진출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 다비드 고핀(벨기에)과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 등 당시 10위권의 강호들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9월에는 세계랭킹이 44위까지 뛰었다. 

정현은 “올해는 투어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 투어 대회를 치르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했고, 그때그때 보완해 가며 경기를 소화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리 훈련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정현은 “지난해 같으면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해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꾸준히 심리 훈련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현은 귀국 다음 날 첫 일정으로 테니스 선수 출신인 박성희 교수를 찾아 지난 대회를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가 부담감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정현은 “오히려 더 재미있게 테니스를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이다. 많은 분들이 경기를 보고 테니스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값진 성과를 냈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니시코리 게이(일본)와 맞붙은 프랑스오픈 3회전이 특히 그렇다. 정현은 당시 9위 니시코리를 상대로 선전했으나 비로 경기가 연기돼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경기 후에는 승패를 떠나 자기 플레이를 꼼꼼하게 되짚는다. 그는 “진 경기에서 배울 게 더 많더라.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이고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돼도 이런 습관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은 귀국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에는 수원시청을 찾아 염태영 시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얼마 만에 시청에 간 지 모르겠다. 앞으로 자주 우승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정현은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달부터 동계훈련에 돌입한다. 

취재=장환순기자
사진=김금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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