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 떨어진다" 이유 제품개발 중단

경기도형 재난안전키트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총 4단계 중 1단계 제품 외 나머지 제품들의 개발이 중단돼서다.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에서도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며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도의 재난대책 추진속도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주식회사가 제작 중인 경기도형 재난안전키트는 지난 7월 1단계 제품인 ‘라이프클락’(Life Clock)만을 출시한 채 개발계획이 중단됐다.

재난안전키트는 지난해 12월 남경필 경기지사가 직접 발표한 ‘지진 72시간 생존계획―방재(防災)3+ 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당시 남 지사는 지진 발생 후 도민들이 72시간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26종의 비상구호물품이 담긴 재난안전키트를 제작해 경기도주식회사를 통해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와 경기도주식회사는 재난안전키트의 모델을 예비→발생→대기→구조 등 재난상황에 따른 4단계 제품으로 구성, 지난 7월 1단계 예비단계 제품인 라이프클락을 출시했다.

시계 형태로 제작된 라이프클락은 조명봉·호루라기·구호요청깃발·보온포·압박붕대·IC카드 등 6종의 구호물품이 들어있다.

경기도형 재난안전키트는 단계별로 제품의 구성을 늘려가 마지막 4단계인 구조단계 제품에는 보존식과 물 등 총 26종의 비상구호물품이 담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도와 경기도주식회사는 라이프클락 이후 제품의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라이프클락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3만9천 원인 라이프클락은 7월 출시 이후 1만여 대라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판매량도 공공기관과 생존교육 기자재 용도로 판매된 것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라이프클락은 출시 이후 도청내 각 실·국에 활용계획·구매 희망수량·공급희망일 등을 작성하라는 문서가 배포(중부일보 2017년 8월 10일자 2면 보도)돼 강매 의혹이 제기됐었다.

상황이 이렇자 도와 경기도주식회사는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나머지 3단계의 재난안전키트 개발계획을 잠정 보류하게 된 것이다.

수원시 호매실동에 거주하는 이모(39·여)씨는 “포항 지진 사태로 더이상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면서 “정작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던 경기도는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난안전키트 개발을 중단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공공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현재 다음 단계 모델에 대한 여러가지 계획안을 수정 중이다. 개발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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