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문제집 더미서 책 수색… 서점들, 수능전날 교재 반품

▲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6일 수원의 한 학원에서 수험생이 학원 종강 뒤 버렸던 교재를 다시 찾고 있는 모습. 변근아기자
“교과서 미리 버렸는데, 어쩌나”

수학능력시험이 한 주 지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학원가와 서점 등에서는 웃지 못할 여러 해프닝이 벌어졌다.

수능을 앞두고 모두 버렸던 교재를 되찾으려 다시 학원을 찾은 재수생부터, 남은 한 주간 공부할 모의고사 문제집을 구입하려 서점을 찾았지만 이미 지난 밤 모두 팔려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던 학부모들까지.

이들은 모두 갑작스럽게 늘어난 한 주간의 수능 준비기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M학원에 다니던 재수생 김모(20)씨는 수능을 앞둔 지난 14일 그 동안 공부했던 모든 교재를 학원 건물 1층 뒷문 밖에 버렸다.

실제 이날 학원 건물 뒤편에는 김씨를 비롯한 학생들이 버리고 간 각종 교재 수백여 권이 널브러져 있었다.

원래 수능시험을 치렀어야 할 16일 김씨는 학원을 다시 찾아 산더미처럼 쌓인 교재들 속에서 자신의 교재를 찾아야 했다.

김씨는 "공부는 수원에서 했지만 시험은 경북 상주에서 볼 예정이라 책을 모두 버리고 내려갔다가 뉴스를 보고 오늘 첫차로 다시 학원에 왔다"며 "지진이라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미 버린 책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 중인 이종길(49)씨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가져다 줄 문제집 6권을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점 3곳을 전전했지만 원하는 교재를 모두 구매하지 못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 수원버스터미널에 위치한 영풍문고로 향했지만 필요한 교재 목록에 해당하는 교재가 하나도 없어 곧바로 영통동에 위치한 경희문고를 찾았다.

경희문고에서 목록에 있는 모의고사 문제집 2권을 겨우 구매한 뒤 즉시 매탄동에 위치한 임광서점을 찾았지만 해당 교재가 없어 다른 출판사의 교재로 대체해 2권을 더 구매했다.

나머지 2권은 출판사를 떠나 해당 과목(국어, 영어영역) 모의고사 문제집 자체가 모두 팔리고 없어 결국 구하지 못했다.

임광문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능 전날 잔여 문제집을 모두 출판사에 반품하기 때문에 포장하고 있던 차에 뉴스를 보고 급하게 모두 다시 풀어 손님들에게 팔았다"면서 "어제 수능 지연 발표 직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려 드는 바람에 원래 반품 예정이던 모의고사 문제집 400여 권을 어제 저녁 1시간 새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모의고사 문제집을 구매하기 위해 임광서점을 찾았던 이모(19·수원 화홍고)씨는 "원하는 출판사나 과목의 문제집은 이미 다 팔려 아무것도 없다"며 "아침 일찍 와서 많이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다 팔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변근아·김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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