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40일이 넘도록
선조들이 핏자국 흥건하게 남긴 사건 때문에
산자락 논골에 살며 산정에 기대어 계곡에서 아이들은 가재를 잡았네
성을 돌다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오이에 된장 쿡 찍어 먹으며 깔깔 껄껄
봄에는 산성에서 미래회 발기회를 하고 너의 문청시절은 시작됐네
여름에는 효종갱에 이열치열 가을에는 모시 추어탕을 먹으며 선조들께 감사했네
낙엽을 밟으며 아라비카에서 비엔나커피에 젖어 하염없이 떨어지는 은행잎에 물들었네 
눈사태가 나면 장어를 먹고 계곡에 발 담고 추위를 견뎌봤네
장경사에서 Q시인과 시를 읊으며 선조들을 볼 낯이 붉어졌네
시를 쓴다는 것은 윤동주 따라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
다시 일어서는 남한산성 읽으며 너는 좌절을 주저앉히고
우리는 살아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구회남 시인
2006년 문학나무 수필 신인상, 2006년 토피아 시인 등단, 시집 ‘하루종일 혀끝에’, 수필집 ‘가면의 거울’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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