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반년, 지방선거 반년을 앞두고 정치세력 간 이합집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던 바른정당 국회의원 9명이 돌연 보수통합을 외치며 탈당했다. 중도통합을 주장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남은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아마도 열흘 뒤 예산안, 보름 뒤 법안처리가 끝나면 지방선거 개헌 투표, 선거구제 개편 연계 등 정치현안들이 부상할 것이다.

유럽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정당 간 연대 연합은 일상적이다. 심지어 사회주의 정당이 극우보수 정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중도는 기회주의, 혁신은 배신자 취급당하는 독특한 정치적 정서 속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새로운 모색은 평가할 만하다. 분당과 통합을 앞둔 즈음, 과연 보수가 뜻하는 보존해야 할 가치와 수호해야 할 전통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보수는 급격한 혁신이 아닌 점진적 개혁을 추구한다. 진보주의가 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면, 보수주의는 공화주의를 강조한다고도 말한다.

보수진영에서 민주당을 진보좌파라고 부르지만, 정강정책으로는 그저 중도자유주의 정당이다. 나아가 선거승리를 위해 조직과 노선의 혼합차용이 일상화된 포괄정당(catch-all party)이다. 특히 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북쪽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봉건세습정권이 들어선 이래 반공을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에 혁신세력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정의당도 온건진보에 불과하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전통은 구한말의 위정척사운동, 민족주의 사학, 광복군으로 이어지는 항일독립운동에 연원한다. 다만 해방 이후 친일세력들이 주류기득권으로 군림하면서 애국보수는 안타깝게도 수구보수와 동일시되었다. 게다가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보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보다 권위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가치로 덧씌워졌다.



주변에서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안중근 의사를 꼽는다. 그분의 삶과 사상은 물론, 유묵인 ‘위국헌신 군인본분’ ‘견리사의 견위수명’에 담겨진 강렬한 애국충절의 기개를 흠모하기 때문이다. 가끔 지역 어르신들로부터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기본덕목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주저 없이 애국심이라고 답하면, 고개를 끄덕이신다.

최근 양주지역 6.25전사자 발굴유해 합동 영결식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이 골짝 저 능선에서 산화한 수많은 무명용사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육군 부사관 출신인 선친께서는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하셨고 무공수훈자시다. 장교로 근무한 필자에 이어 야전수송병으로 제대한 아들까지 ‘현역 3대’다.

애국은 희생이고 헌신이다. 병역기피, 사익추구는 보수의 언어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정경유착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다. 그러나 이를 통치행위쯤으로 치부하며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 때 피케팅 하던 친박 정치인을 보며 참담한 심정이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외신으로 전파되고 국격 실추에 분노한 해외한인들이 수치심에 촛불을 들던 때가 꼭 1년 전이다. 왜 언제나 부끄러움은 국민들 몫이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 무너진 공직기강을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돌이켜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나 ‘적폐청산’이 공권력을 사유화했던 지난 정권의 구호였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이제 보수는 가짜뉴스를 SNS로 퍼 나르며 애국보수 어르신들을 거짓 선동하던 익숙함과 이별해야 한다. 안보위기를 ‘장사’하는 무책임한 세력에서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를 통합시킬 책무가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당리당략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를 분열시켜서야 되겠는가.

여권도 집권세력으로서 포용력을 키워야 한다. 북한에 대북포용정책도 펼치는데, 민생입법을 위해 야당을 품지 못할 이유가 없다. 6개월 만에 내각이 완성됐고, 여전히 원내 제1당이다. 변명의 여지는 줄어들고 성과평가의 연말은 다가오고 있다.

정성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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