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나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황당’하다고 표현한다. 지자체의 행정에도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망인에게 장수수당을 지급하기도 하고,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입주를 허용해 한 지붕 두 세입자를 만들기도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황당 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생활 속 불편은 물론 소송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 안에 모여 있는 31개 시·군에서도 웃지 못할 행정 해프닝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시·군에서 올라오는 기사들을 접하다보면 황당 행정으로 실소가 터질 때가 있다. 적극 행정으로 문제를 개선했다는 홍보성 기사보다 꼼꼼치 못한 일 처리로 수십 년째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이 발생했다던가 수십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기사에 말초신경이 더 반응한다.

평택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20여년전 잘못된 행정 처리로 지금까지 주민들이 차량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도로 공사 착공 당시 특정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면서 현재 해당 건물 앞 30여m 구간만 제외하고 도로가 개설됐다. 1995년 토지, 건물 보상에 이어 2001년 이사비용으로 1천여만원까지 해당 건물주에게 지급했지만 문제의 건물은 존치되고 있다.

평택시는 수십년째 계속 되는 민원으로 지난해 뒤늦게 문제의 건축주 등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등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적 채권 소멸 시효 10년을 근거로 패소했다. 한 순간의 미흡한 행정처리로 마을주민들은 지금껏 차량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김포에서는 공공시설인 체육관 부지 매입과 이용 과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택지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LH와 수차례 협상을 통해 체육센터 부지의 무상 귀속을 이끌어 냈으나 국토해양부의 사업개발계획 변경 승인 내용을 세심히 살피지 않아 관련 내용이 누락되면서 뒤늦게 60억 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작은 행정 실수가 막대한 혈세 낭비를 불러왔다.

멀쩡한 다목적체육관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목적체육관 토지 소유주인 학교법인이 경기도교육청의 처분에 따라 체육관 건물주인 김포시를 상대로 무상토지사용협의서의 내용을 일부 바꾸고자 했던 요청을 시가 5년여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번졌다. 김포시는 체육관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시는 체육관 철거 대신 월 사용료를 내는 방식을 학교법인과 협의했으나 어찌됐건 안일한 행정으로 혈세가 낭비됐다.

때마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민의에 등을 돌리고 나태하고 도태되어 있는 탁상행정 공무원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선다. 소극 행정 근절을 위해 감사를 벌이겠다고도 한다. 불공정 업무처리, 편의주의 행정, 민원처리 지연으로 인한 행정심판 등 소극적 업무처리로 민원을 방치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 엄중히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소가 터지는 황당 행정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심히 넘겼던 작은 행정 실수 하나가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는 민원을 낳고 수십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안정된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 공무원을 부끄럽게 하는 예전 표현으로 치부하고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나 지금이나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내 담당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책임을 면하고 싶을 테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대답이다. 물론 억지민원은 논외다.

문제가 발생한 것과 그 문제가 여태 해결되지 않은 것은 누구나 내 탓이 아니길 바란다. 일선 행정에서도 그렇다. 책임 소재 때문에 공무원들은 흔히 “내 담당이 아니다” 내지는 “전임이 했다”고 말한다. 잘된 일에 대해서는 “내가 했다”는 공무원이 너무 많다. 누구나 치적은 좋고 실패는 싫다. 그러나 작은 실수가 명백한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책임을 다했으면 좋겠다. 무심히 넘긴 작은 실수 하나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건 공무가 아니라 일반 사무에서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박현정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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