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토일렛 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전 심재덕 수원시장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하고자 30여 년간 살던 집을 허물고 변기 모양의 집을 지었다. 그리고 이름을 바로 해우재라고 명명해 지금까지 수원의 명소가 되고 있다. 해우재란 말은 짐작하다시피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뜻이다. 사찰에서 화장실을 일컫는 말로 비롯됐다. 2007년 3월 건축가 고기웅의 설계를 토대로 공사하여 그해 11월 11일 완공, 변기 모양의 집 ‘해우재’는 2007년 기네스북 한국기록원으로 부터 ‘가장 큰 화장실 조형물’이라는 기록을 인정받기도 한다. 당연히 국내외 주요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이후 고인이 된 전 수원시장인 심재덕 유족은 그의 뜻을 받들어 2009년 7월 수원시에 기증했고 수원시는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리모델링을 거쳐 수원시 화장실문화 전시관 해우재로 재탄생 시켰다.

그제 그 뒤를 이어 염태영 수원시장이 세계화장실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 제3대 회장에 이어 제4대 회장에도 선출됐다는 소식이다. ‘화장실은 삶이다. 품격있는 화장실, 품격있는 삶’을 주제로 열린 WTA 제4차 정기총회에서다. 따지고 보면 화장실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한 곳이 없을 정도다. 휴게소마다 잘 차려진 화장실은 경쟁을 넘어서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이른다. 어쩌면 그 시작은 심재덕 전 시장의 그것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국에서도 알려진 광교호수공원 앞의 ‘반딧불 화장실’은 규모를 떠나 아름답고 실용적인 화장실로 각인된지 오래다.

사실상 배설의 오래된 화두는 그간 내동이 치듯 방치되어 온게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화장실이 아파트나 잘 지어진 현대식 건물들의 안으로 들어오면서 얘기는 달라졌지만 위생이나 여러 환경을 고려하면 화장실의 변신은 무죄다. 그래서 이날 총회를 주재한 염 시장은 “각국 중앙·지방 정부와 협력사업을 확대해 활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면서 “WTA가 국제기구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회원국을 늘리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 세계 화장실 문화 운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느지도 모른다. 이미 WTA는 깨끗한 화장실로 세계인의 보건·위생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미 협회에서는 화장실이 부족하고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공중화장실을 짓는 희망의 화장실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고무할 만한 일은 세계화장실 기술표준을 제정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국내외 국제기구·민간기구와 협력사업을 전개해 그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일이다. 이제 남은일은 이러한 WTA가 장기적으로 WHO나 유네스코 등 UN 산하기관의 부속사업기관으로 승격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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