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사람들이 현재 나와있는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또 우리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작품과 함께 동참하기를 원합니다.”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블라스트씨어리’의 ‘주 로우 파’작가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인 블라스트 씨어리의 국내 최초 개인전 ‘당신이 시작하라’가 23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제 2전시실에서 펼쳐진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가 1991년 런던에서 결성한 예술가 그룹이다. 기술의 상호작용과 사회·정치적 맥락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이들은 인터렉티브 매체의 사용으로 주목받아 왔다. 인터넷, 디지털 방송 및 실시간 퍼포먼스에 관객들을 통합시키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와 인터렉티브 아트를 실험하고 있다.

이번 타이틀 당신이 시작하라는 블라스트 씨어리가 지금껏 밟아 온 행보들이 녹아있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다. 현실에서 관객들이 맺는 관계에 주목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인 ‘Blast Theory’처럼 이론을 비판하고, 현실성을 지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과 참여라는 주제로 다향한 미디어 양식들을 실험해 온 이들의 예술세계가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작품 7점이 선보여진다.

먼저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은 런던에서 촬영된 영상과 한국의 동묘앞, 광화문 등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촬영한 도시 곳곳의 풍경을 매우 느린 시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관객이 직접 참여, 영상을 보면서 작가가 묻는 질문에 답하면 음성이 저장된다. 이 녹음은 아카이빙돼 영상과 함께 틀어져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품은 자신의 삶을 객관화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2097: 우리는 스스로를 끝냈다’는 80년 후의 미래를 보여준다. 5개의 단편 영화로 구성돼 있는 이 작품은 미래에 우리가 기술적 결정력과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내가 평생 동안 할 일’은 물에 잠겨있던 폐선박을 한 공원으로 옮기는 과정을 다뤘다. 사진이 전시된 공간에 태블릿PC속 영상을 보면서 관람하는 형식으로, 쓰나미같은 지구적 재앙에 맞서는 불특정 다수의 참여와 연대의 의지가 드러나는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2011년 일본 쓰나미로 인한 상처와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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