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코딩교육이 시작된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코딩교육이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논리성과 합리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제까지 디지털 관련 대부분의 혁신 기술은 프로그래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빌게이츠부터 저커버그까지 세계적인 닷컴 기업을 만든 창업자도 모두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코딩은 당신의 미래뿐 아니라, 조국의 미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각국들은 이런 점을 간파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정부부터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표방하며 코딩교육을 강조해 정규 교과과정 편입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박근혜정부의 가장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코딩교육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사회 갈등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코딩을 능숙하게 다루는 프로그래머를 육성하는 데만 있지 않다. 국민들이 각 분야의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컴퓨터적 사고(思考)를 기르기 위함이다. 즉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사회현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논리성과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다수를 점하게 되면 갖가지 갈등 요소들을 덜어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슈가 발생하면 양쪽으로 갈라져 소모적인 대립전을 반복하고 있다. 해결책이 다양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사회 현상을 사실 그대로 바라봐야 하지만 이것 아니면 끝이라는 사생결단식 주장을 고집한다. 이는 결국 커다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 논란을 들 수 있다. 사드 레이더가 지역주민들의 암을 일으키고 불임을 초래한다거나 ‘전자레인지 참외’ 때문에 성주 참외 농사는 끝장날 것이라는 등의 괴담(怪談)이 일파만파 확산돼 심각한 사회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8월 환경부가 성주군의 사드 부지 전자파·소음 측정을 완료한 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성주군의 참외 매출액도 올 연말까지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상 최고액이라고 한다.

그 이전 광우병사태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 지 10년이 다 됐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가 육질이 좋다고 그것만 찾는 이도 여럿 봤다. 하지만 당시에는 ‘라면 스프만 먹어도 죽는다’, ‘뇌송송 구멍탁’ 등 갖가지 괴담이 사실처럼 떠돌아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정치·사회적 이유를 걷어내고 보면 어이없는 일들이다. 이 외에도 사례는 넘친다. 내 생각과 다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핵폭탄급 십자포화를 퍼붓는다. 갈등 해소를 위해 TV토론이나 각종 공청회도 열지만 양쪽으로 갈라 싸움만 부축일뿐이다. 토론이 다이내믹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시청률 등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힘으로 밀어 붙여 마무리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사회적 풍토가 조성 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 풍토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에서 나오고 그것은 과학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북경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가치관이 성립되는 시기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몸에 익힌다면 차근차근 상황을 이해하고 더 좋은 판단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이전에 없던 교육이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잘 정착돼 미래의 대한민국은 보다 합리적인 사회로 다가가길 기대해 본다.

민병수/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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