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는 수원 영통구 영통동에 둘러쌓인 곳에 위치한, 사실상 수원시 생활권이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용인시 기흥구에 편입돼 있다보니 행정·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있어 주민 불편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수원시-용인시간 행정 경계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수원시와 용인시의 양보없는 ‘땅싸움’이 있다. 이들이 부지교환 협의과정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한채 평행성을 달리는 동안 해당 주민들의 고충은 날이 갈 수록 심화되고 있다.



▶5년째 답보 상태인 수원―용인 행정 경계 조정

2012년 3월 용인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주민들은 수원시에 편입해달라며 경기도에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1994년 수원 영통신도시 개발 당시 해당 지역은 수원시 편입에서 제외되면서 U자형의 기형적 시 경계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생활권은 수원, 행정구역은 용인에 속해 바로 앞 200m에 위치한 초등학교 대신 1.1㎞나 떨어진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용인시는 일방적 부지 편입 대신 학군 조정을 요청했지만 기존 지역 학부모의 반대로 교육청으로부터 불가 회신을 받았다.

이후 계속된 관계기관 협의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자 경기도는 2015년 기형적인 경계를 조정해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각 지자체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토지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행정구역 경계를 정리해 통학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아파트 부지 일대와 수원지역 태광CC 부지 등을 교환하는 중재안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용인시의회 동의를 구하지 못해 양측 협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는 각 단체장 면담에 이어 올해 경기도 중재 아래 각 지자체 실무자간 협의와 이달 24일 담당 과장급 회의가 열렸지만, 양측간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6년째 이어지는 학군 문제와 경계조정 문제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주민들 피해만 가중되고 있으며, 경기도의 중재자 역할론에 대한 문제제기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24일 중재 회의에서 각 지자체에게 서로가 양보해 부지교환을 성사시키고, 경계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제안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용인시는 시의회를 의식해 터무니없는 부지교환을 제안하고 있다"고 했고, 용인시 관계자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용인시 부지가 편입돼 왔음에도 수원시가 제안한 교환 부지는 합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3년째 땅 싸움 중인 수원시와 용인시

수원시와 용인시는 지난해 4월 각 지자체 단체장이 면담을 갖고 청명센트레빌아파트 부지 일대(8만5천857㎡)와 태광CC 전체(24만6천636㎡), 아모레퍼시픽 주차장 부지(3천859㎡)를 교환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용인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이 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태광CC(골프장) 부지가 추후 개발이 어렵고 공시지가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용인시는 같은해 8월 수원시에 조정안을 내놓고 청명센트레빌아파트 부지 일대와 태광CC 전체, 아모레퍼시픽 주차장에 홈플러스 부지 일대를 포함(6만6천116㎡)시켜 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수원시는홈플러스 일대 부지의 개발 가치가 높은데다 기존 수원시로 주소를 둔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용인시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수원시는 올 2월 경기도에 경계조정 협의에 대해 재중재를 요청, 의견 또한 다시 제출한데 이어 지난 9월 중재안을 다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의 과거 조정안에 용인지역 내 센트레빌아파트 인근 위치한 아울렛 부지 일대(10만6천914㎡, 레미콘공장 포함)를 추가로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홈플러스 부지 일대를 제안한 용인시에 맞서 아울렛의 부지 등을 포함시켜 교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용인시는 점점 늘어나는 교환부지 규모를 일축, 당초 피해 주민들이 발생하고 있는 센트레빌아파트 부지만 남긴채 수원시가 교환해야 할 부지도 태광CC 부지를 뺀 아모레퍼시픽 주차장 및 홈플러스 부지 등만 남겨 둔 최종 수정안을 내놓았다.

결국, 수원시는 지난 22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신 2015년 당초 경기도의 중재안을 다시 꺼내들면서 수원시와 용인시간 경계조정을 둔 부지교환 갈등은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사정이 이렇자 두 지자체는 각자 다른 방식의 대응에 나섰다.

수원시는 청와대에 청원 글을 올려 중앙정부의 중재를 요청했고, 용인시는 도교육청에 ‘공동학구 조정‘을 요청해 시급한 문제 해결부터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와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수원시의 청원을 두고 용인시와 협의할 노력도 않은 채 중앙정부에 문제를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구역 관련 용역에 수차례 참여한 한 전문가는 "경계조정이란 중앙정부의 역할보다 이해당사자인 각 지자체와 의회 설득이 중요하다"며 "중앙정부에 도움을 청해야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용인시가 급한 불을 끄겠다며 교육청에 요청할 것을 밝힌 '공동학구 조정'에 대해서도 해당 주민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용인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주민 A(46)씨는 "이미 수차례 교육청과 지자체 등이 논의한 바 있지만 매번 기존 학부모 반대로 무산됐다"며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이 없는데 또 학구조정을 시도하겠다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경계조정이 근본적 문제라는 건 공감하지만 현재 피해를 겪는 주민들을 위해 교육청에 공동학구 조정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경계조정이라는 문제가 복잡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용인시가 시의회를 의식해 터무니없는 부지교환 조정안을 내놓고 있어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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