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다. 2011년 동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가 한반도의 지층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우리나라 자체의 지각활동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중 특히 간과하기 어려운 주장이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하에 주입하는 물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1978년 지진계측 이래 포항 흥해읍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한 이후 4개월 만에 규모 2.0∼3.0 지진이 4번 발생했다는 부산대 김광희 교수의 주장으로부터 인과관계의 성립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즉, 이전에는 지진이 없었는데 지열발전을 위한 물의 주입 후 지진이 발생했다면 물의 주입과 지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열발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발하는 셰일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지진을 들 수 있다. 미국의 텍사스, 오클라호마는 물론이고 영국 등에서 수압파쇄를 통한 자원개발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문제가 지진이다. 이로 인해 셰일가스 개발행위의 중단조치와 함께 세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물론 지진에 대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인근에서의 셰일가스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영국 블랙풀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지진의 위험이 아주 낮다고 정리되었지만, 2차 보고서의 작성자는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허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해당 개발지역에서 향후 유사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다소 모호한 권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2015년 6월 사이언스지에 보고된 ‘Pumped Up to Rumble’이라는 논문은 수압파쇄를 통해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오클라호마 주를 포함한 미국의 많은 주에서 2014년까지 지진활동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고, 그 원인이 셰일가스와 셰일석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지하 재주입이 그 원인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이유는 높은 주입 속도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폐수 처리와 지진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의 지질자원연구원 같은 미국의 지질조사소(USGS)는 수압파쇄 과정에서 지진의 발생과 관련된 보고는 아주 드물지만, 수압파쇄에 따른 폐수의 주입으로 인해 유도된 지진이 발생될 수 있음을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폐수 주입은 오랜 기간 동안 작동하며, 수압파쇄를 통해 추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지층에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지진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특별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오클라호주 주 내의 17개 지역에 대한 연구 결과까지 게시하고 있다.

2000년 대 중반 이후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는 미국에서는 폐수처리에 따른 지진 피해와 관련된 소송들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 엄격책임이라는 강화된 책임론까지 성립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미국의 사례와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첫 번째는 빼내는 물의 양과 주입하는 물의 양이 다른 경우 지하구조의 변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얼마의 깊이로 어느 정도 양의 물을 주입하고 배출하는지, 이로 인해 지하수 및 지반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열발전은 지진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세상 편한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수압파쇄는 물론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여기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입증은 이미 충분하다.

남은 것은 포항에서의 지열발전에서 물 주입행위와 지진의 연관성 여부에 대한 증명의 문제가 남아 있다. 물을 주입하지 않았다면 지진이 없었을 것이냐에 대한 인과관계의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시민 개개인이 증명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두 번째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열발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고의, 과실의 문제가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원고들이 엄격책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열발전과 지진 사례는 일종의 관리 불가능한 또는 회피비용이 아주 큰 위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작은 사업장 하나의 행위로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질은 물론 위험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위험사회에서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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