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산당 평전/최백순/서해문집/400페이지

1995년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동휘 선생이 서훈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98명에 대한 추서를 진행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뒤이어 2008년 몽양 여운형에 대해 건국 1급 훈장이 추서됐다. 하지만 올해 광복절에도 약산 김원봉에 대한 건국훈장은 추서되지 않았다.

이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공로와 상관없이 지금껏 철저히 금기시돼있었거나 혹은 금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아직까지 공산주의계열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경시돼 공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거나 심지어 역사에 기록조차 남겨져 있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그렇다면 공산주의이기에 북한에서는 인정받았을까. 아니다. 대표적으로 몽양 여운형은 남한에서 민족주의 좌우합작 운동을 지속하던 중 암살됐고, 약산 김원봉은 북한에서 각료생활을 했지만 김일성의 권력 공고화 과정에서 숙청당했다. 이후 북한에서는 집권자와 다른 노선을 걸었던 독립운동가의 역사는 금기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반도에서의 독립운동은 광복 직후까지 조선공산당을 포함한 공산주의계열의 활동과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 역사는 교과서에서만 잠시 알 수 있을 뿐, 이내 잊혀지고 있다.

이렇게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모두 외면당하고 부정당했던 조선공산당의 역사가 신간 ‘조선공산당 평전’으로 다시금 살아났다. 이 책의 저자는 조선공산당 창당 이전이 역사를 큰 비중으로 다루고 다양한 연구들을 서사형식으로 엮어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는 이들의 서사가 오늘날 진보정당의 뿌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그는 조선공산당을 둘러싼 진보적 활동가들의 역사를 대중에게 폭넓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러시아까지 찾아가 다양한 취재를 진행, 책에 담았다.

저자는 항일투쟁의 시작이자 마지막 불꽃이기도 했으며, 노동자, 농민들을 조직해 그들을 위한 투쟁에 앞장섰던 수많은 조선공산당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살리고자 책의 제목을 사람이 아닌 ‘조선공산당’에 ‘평전’이란 말을 붙였다.

그게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상해임시정부 결성 이전부터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다룬다. 이어 상해임시정부의 변천과 그 속에서의 갈등을 짚어본다. 이후 조선공산당의 탄생과 와해과정, 이후 공산계열의 향방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다.

이를 통해 저자는 사회주의계열 인사들이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함께하고 소작인들의 조직을 만들거나 대중강연회를 여는 등 대중 속에서 함께해왔음을 전한다.

이 책은 민족 독립의 큰 불꽃이었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를 조명하고 앞으로의 올바른 재평가를 촉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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