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조남주 등 7명/다산책방/284페이지


“저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믿지 않지만 또 절대 불가능한 결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라는 주제로 도서계에 큰 바람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작가의 말이다.

페미니즘 이슈는 지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책 ‘현남 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 이후 조남주 작가가 처음으로 발표하는 작품이자,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등 30, 40대 작가들이 페미니즘이라는 테마 아래 발표한 소설집이다.

책은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여러모로 도움이 돼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그에게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나’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어떤 불편함, 어떤 꺼림칙함을 폭력이라고 느끼기까지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생생한 심리를 담았다.

참고 참았다가 쌓인 울분을 끝내 터뜨리고 마는 ‘나’의 외침은 82년생 김지영에서 한 발짝 나아가 ‘현남 오빠’로 상징되는 성차별 앞에서 당당히 마주서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책은 각각 서른 중반을 지난 여성 ‘유진’과 어느새 갱년기에 접어든 두 아이 엄마 ‘나’의 이야기를 담은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와 김이설의 ‘경년更年’, 여성성이 필요할 때에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 규칙을 뒤집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와 손보미의 ‘이방인’, 특유의 신화적인 상상력에 힘입어 유구한 여성 살해의 역사를 암시하는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여성에게 여성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출산에 대한 아름다운 우화를 그린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 등의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늘 누군가의 ‘며느리’ ‘아내’ ‘엄마’ ‘딸’로만 취급돼 살아온 ‘김지영’ 씨의 부당한 성차별의 기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또 한 명의 김지영으로 살기를 거부하는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다양한 페미니즘 선언과 운동이 펼쳐진 한국 사회의 여성들에게 ’공감과 위로, 성찰의 기회를 전한다.

한편, 작가들은 이야기들이 단지 이야기에 머물지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인세의 일부를 여성인권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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