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설거지/안정효/세경북스/511페이지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가 자신의 77년 삶을 3인칭 시점에서 돌아보는 자서전을 펴냈다. 소설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인간 안정효의 생애를 덤덤하게 서술하고 묘사한다.

1941년생인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유년시절 전쟁을 겪은 그는 끊임없는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만화에 대한 꿈과 열정을 품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 예술세계를 유랑하고자 만화를 가까이 하다 두 번이나 정학을 당했다.

그럼에도 꿈을 놓치 않았던 소년 안정효는 고등학교 1학년이 돼서 꿈에 그리던 무전여행 세계일주를 실행한다. 이후 자신의 서부만화 원고를 잡지에 발표하고,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3년학 때 그의 대표작 ‘은마는 오지 않는다’ 초고를 완성한다. 졸업 전 그는 영문 소설 7편을 써냈고 영자신문 기자가 됐다.

군에 입대한 그는 백마부대에 지원해 월남전에 가고, 한국과 미국, 베트남의 매체가 글을 기고하는 종군기자가 된다. 제대 후 코리아타임스 기자와 한국브리태니커 편집부장, 코리아타임스 편집국 문화체육부 부장 등을 지내며 언론계 경력을 쌓던 그는 본격적으로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 퇴직한다. 그리고 그는 국내 최초의 전문 변역가가 돼 세계 150권이 넘는 작품을 영어와 우리말로 번역한다. 그러던 중 대학때 초고를 썼던 소설이 출판돼 뉴욕타임스의 선정도서가 된다.

저자는 “별은 죽기 전에 가장 밝게 빛난다고 하지만, 인간은 별이 아니다. 인생의 궤도는 포물선을 이루면서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환원이지 한없이 치솟아 상승만 계속하는 직선이 아니라는 상식적인 진리를 작가는 마음에 새겼다. 모든 부족함을 괴로워하고 걱정하는 대신 부족함 속에서나마 이룩한 작은 성공에 만족하는 순간, 인생은 만족하는 바로 그만큼 성공한다고 그는 결론내린다. 이 책은 남다른 삶을 살아온 안정효의 인생을 한 눈에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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