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화력발전소 880만t 석탄 외부보관…강풍에 인근 마을 뒤덮어

 

▲ 27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인근 배추밭에서 수확한 배추잎 속에 석탄재로 보이는 까만 이물질 등이 묻어 있다. 배추밭 뒤로 보이는 영흥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전기를 생산하며 발생한 수증기가 발생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영흥화력발전소 주변의 석탄날림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면서 주 원인인 저탄장과 석탄재 처리장의 내부 저장시설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80여만t 규모의 석탄이 외부에 개방·보관돼 있어 강한 바람의 영향에 따라 날림으로 인한 주민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어서다.

27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외리 한 배추밭. 배추 포기 속에 검은 가루가 쌓여있다. 하얀 손장갑을 끼고 배추 잎을 만져보니 검은색 물질이 묻어나왔다.

가루의 입자는 일반먼지보다 크고 거칠었다. 손으로 만져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배추는 옹진군 농업기술센터와 마을 부녀회가 소외계층에 기부하기 위해 키운 것이다. 

가루의 정체는 석탄이다. 발전소는 배추밭과 직선거리로 2㎞ 떨어진 저탄장과 60m 떨어진 처리장에서 날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1천800여 포기의 배추 수확을 포기했다. 먹거리로 유해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발전소는 배추 전량 구매의사를 밝혔지만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를 증거로 남겨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곳과 멀지 않은 작물에서도 석탄가루가 발견되고 있다. 

크고 작은 농작물 피해는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발전소는 이달 중순께 강한 돌풍의 영향으로 석탄가루가 날린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저탄장과 석탄재 처리장의 석탄과 석탄재는 외부와 개방된 채 보관하고 있다. 880여만t에 달하는 석탄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다.

발전소는 석탄가루가 발전소 외부에 날리지 않도록 스프링쿨러를 가동하고 관련 약품을 뿌려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석탄 날림은 불가피하다는 게 발전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1일 최대 2천t씩 25t 트럭을 통해 방출되는 400여만t의 석탄재 대책도 필요하다.

저탄장의 내부 저장 시설 예상 구축은 오는 2025년까지다. 향후 7년 간 석탄날림 피해를 방지할 발전소 측의 뚜렷한 대책은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심어놓은 방풍림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는 농작물 피해와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발전소 관계자는 “내년 추진되는 저탄장 내부화 관련 용역이 진행되면 외부에 노출돼 있는 880만t 석탄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될 것”이라며 “피해주민 협의체가 구성되면 사고 원인과 피해 보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설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조만간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관계기관과 연계 대응할 방침이다.

육종률 전 영흥화력발전 7·8호기 청정연료대책추진위원장은 “석탄 날림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피해가 없도록 저탄장 등 내부 저장시설이 조속히 설치될 수 있도록 시와 군, 환경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용기자/regenbogen0@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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