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와 의왕시의 행정 경계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들이 안고 있는 학군 문제는 15년 이상 해묵은 숙제다.

시 사이의 경계에 대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던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이다보니 경계문제가 산적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경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이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에 놓여서다.

안양시와 의왕시는 이런 주민들의 속사정은 모르는 듯, 경계문제 해소에 미지근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주민 민원이 적고 불편사항이 접수되고 있지 않고 있어서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 안양시와 의왕시의 경계선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전경. 불합리한 행정경계로 인해 인덕원 대우푸르지오 아파트와 평촌 삼성래미안 아파트가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평촌 삼성 래미안은 106동 한 곳만 의왕시에 속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민규기자

▶ 한개 아파트내 두개 시...경계 문제 왜생겼나

안양시 평촌동과 의왕시 포일동 경계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들 중 평촌삼성래미안 아파트와 인덕원푸르지오 아파트는 한개 단지내 두개의 주소를 가지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지난 2000년, 2001년에 각각 입주가 완료되면서 당시부터 경계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인덕원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408세대에 해당하는 2단지만 의왕시에 속해있다.

또 평촌삼성래미안 아파트는 101~106동중 106동만 의왕시에 속해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이들 아파트들이 ‘지역주택조합’으로 지어지면서 경계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아파트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 지어져야 하는데다 토지주의 허가가지 받아야 하다보니, 경계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촌 래미안 아파트 관계자는 “당시 토지주 허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안양시와 의왕시 양쪽에 허가를 받는 불편함까지 감내 하면서 이런 형태의 아파트를 짓게 된것으로 보고있다”며 “사실상 규모의 경제 때문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지역조합아파트들은 큰규모로 지을수록 더욱 판매가 용이해 지다보니 경계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것 같다”며 “결국 많은 사람들이 경계문제로 피해봤을것”이라고 말했다.



▶ 학군문제 해결해 달라고 했더니...특혜성 조치

지난 2001년께 인덕원 인덕원 푸르지오 아파트 중 의왕시에 속하는 2단지 주민들이 단지내에 있는 안양시 벌말초에 입학할수 없게되자 이에 반발했다.

이에따라 두 지자체는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과 협의해 해당 단지 주민들만 벌말초등학교로 입학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단지에만 특혜아닌 특혜를 주다보니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다, 학부모들에게 불법을 종용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벌말초교를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단지 중 동부세롬, 동아에코빌, 한일나래, 평촌삼성래미안 아파트 106동 등 아파트는 벌말초교까지는 멀어도 100m수준인데 비해 그나마 가장 가까운 의왕시의 초등학교인 내동초등학교의 경우 최대 350m까지 차이나는데다 중간에 5차선 도로까지 있기 때문이다.

벌말초에 따르면 의왕시 주소를 지니고 벌말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약 70여명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인덕원 푸르지오 2단지에 사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벌말초는 안양시 주소를 지닌 학생들 중에서도 위장 전입을 했거나 전입신고를 일부러 미루는 등의 편법을 사용해 아이들을 입학시킨 경우가 60여명가량 있을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이들을 벌말초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 또는 전입신고 연기등 불법적 해결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입학한 아이들은 중학교 입학을 할때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안양내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하려 해도 다른 안양 학생들에 비해 우선도가 떨어져 총원이 다 찰경우 선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벌말초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은 “안양시에서 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아이를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벌말초에 아이들을 보내기위해 이를 그냥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의왕시 관계자는 “인덕원 푸르지오의 경우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달리 학교가 단지 안에 있기에 해결한 경우”라며 “다른 아파트 단지까지 편의를 봐주면 점점 확대될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계조정 문제, 해결요원...불만 없어서 문제 없다?

안양시와 의왕시 두 지자체의 경계문제는 매년 행안부의 단골 문제거리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도 경계조정 문제에 가장 먼저 언급됐으며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경계조정위원회에도 항상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지자체의 양보없는 평행선 때문에 경계조정 해결은 요원하다.

의왕시 입장에서는 이미 개발이 다 된 아파트들은 인구 및 세수 문제로 안양시에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안양시는 편입받은 만큼 안양시에 해당하는 지역을 의왕시에 내줘야 하지만, 이경우 또다시 경계문제가 생길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주민들의 불편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이후 안양시와 의왕시에서 경계조정과 관련한 민원이 가시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가시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자체 조사에서도 그다지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며 “불만이 없는데 굳이 경계조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자포자기 했을 뿐 언제든지 불만을 토로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아파트 통장은 “아파트 단지들이 조그맣게 여러곳이 모여있다보니 다같이 모여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웠을 뿐이다”라며 “오히려 올해 의왕시장이 방문했을때도 불만을 말했지만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렇다보니 이곳 주민들은 그저 이사가기만을 바랄 뿐 자포자기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백창현기자/bc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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