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요?”(웃음)

의정부 KB손해보험의 토종 주포 이강원(27)에게는 ‘만년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2012~2013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보) 유니폼을 입은 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희대 에이스로 대학배구를 호령했지만 외국인 선수와 베테랑들이 버티는 프로의 세계는 녹록지 않았다. 입단 초기에 입은 무릎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이강원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 시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에이스 김요한(OK저축은행)이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출전 기회를 잡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를 뛰며 개인 최다득점(325점)을 기록했다. 팀은 하위권에 처졌지만 이강원의 성장은 큰 성과였다. 이강원은 “어렵게 기회를 얻은 만큼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유망주 꼬리표를 뗀 이강원은 올 시즌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팀 도약에 앞장서고 있다.

특유의 타점 높은 강스파이크는 더 위력적으로 변모했다. 연일 개인 최다 득점을 새로 쓴 그는 리그 전체 득점 10위(174점), 공격성공률 11위(47.42%)에 올라 있다. 시간차 공격성공률은 77.78%로 1위다. 줄곧 하위권을 맴돌던 KB손해보험은 이강원을 비롯한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삼성화재(승점25)·현대캐피탈(승점18)에 이어 3위(승점17·6승5패)를 달리고 있다.

주전 공격수(라이트)로 첫 풀타임을 소화하는 이강원은 “주공격수라는 부담감 탓에 초반에는 다소 위축돼 있었다. 공격이 안 풀리면 수비와 서브, 블로킹까지 불안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지금은 공격이 막혀도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해야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백업요원으로 여러 포지션을 전전하던 시기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이강원은 “조급한 마음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릴 때부터 라이트로만 뛴 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내 포지션에서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아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이제 누구보다 노력하는 선수로 불리길 원한다.

올해 들어 부쩍 운동 욕심이 많아졌다는 이강원은 “예전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지금은 내 한계를 넘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이강원은 마지막으로 “팀 분위기는 지금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친하지 않던 형들과도 장난 칠 정도로 많이 가까워졌고, 경기에서 지면 침묵이 지속되던 이전과 달리 다음에 더 잘하자고 파이팅을 외친다. 이제 나만 제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환순기자·사진=김금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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